국힘 "거부권 안 쓰면 국민이 정권 거부"…李 대통령에 재의요구 촉구

羅 "형소법 개정안은 명백한 위헌"
법조계 "공소기각·수사 지연 우려"

 

국민의힘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기각 사유 확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위헌성과 피해자 권리 침해를 주장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 인사들도 공소기각 사유 확대와 보완수사권 폐지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를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명령이자 역사적 명령"이라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결국 국민이 이재명 정권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공소기각 조항을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확립된 판례라면 굳이 법률에 담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추가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은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고치겠다고 했지만 이미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나경원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헌법은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해 수사 전반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헌법 체계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며 "공소기각 사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27조 개정 역시 위헌성이 있다"고 했다.

 

공소기각 조항을 두고는 "대법원 판례를 조문화한 것이 아니라 기존 판례를 오독한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 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채 법부터 처리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도 과거에는 국민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지금 달라진 것은 공소기각 조항 하나뿐"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국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결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애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가가 피해자에게 스스로 억울함을 입증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민의 기본권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입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경찰의 쌍방울그룹 쪼개기 후원 의혹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의 보완수사 기회가 사라지면 수사의 견제 기능도 함께 약화될 수 있다"며 "평범한 국민과 피해자만 억울함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실무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기각 조항은 학계와 법조 실무계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내용"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가 사회적 논의 없이 입법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지 교수는 "기존 공소기각 사유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경우에 한정됐지만 개정안은 '중대한 위법수사',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등 추상적인 개념을 추가했다"며 "법원의 재량이 확대되면서 재판이 실체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종료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피고인 측은 범죄사실보다 절차적 하자를 집중적으로 다투게 되고 피해자는 재판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용철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수사체계의 혼선을 짚었다.

 

박 교수는 "검사의 수사권이 삭제된 상황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한 구조 자체가 법리적으로 모순"이라며 "위법수사 여부는 증거능력 판단으로 해결할 문제인데 이를 공소기각 사유까지 확대하면 법원의 재량만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률적 판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법개혁의 방향이 사법부 재량을 축소하는 것이라면 이번 개정은 오히려 법원의 재량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진단했다.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실무상 가장 큰 문제로 수사 지연을 꼽았다.

 

정 변호사는 "현재도 경찰 수사만으로 사건 처리에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되면 피해자의 권리구제는 더 늦어지고 피의자 역시 장기간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결국 법관의 재량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행 판례만으로도 공소권 남용은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조항은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해당 법안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의 위헌성이나 행정부 권한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경찰 수사권 집중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과 수사 역량을 보완하는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