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 법원 출정 때 전자경보기를 부착하고 볼펜 등 필기구 소지를 제한한 교정당국의 조치는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작업수용자의 거실을 1년 6개월마다 옮기는 정기 전방 조치와 경비처우급이 다른 수용자들을 함께 수용한 조치도 교도소장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단독 김찬영 판사는 수형자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는 2019년 부산교도소에 수용된 뒤 2021년 대구교도소로 이감됐다. 현재는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A씨는 대구교도소 수용 당시 자신이 제기한 각종 소송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등 원거리 법원에 자주 출정했다.
대구교도소는 2021년 6월 교도관회의를 열어 A씨의 출정 빈도와 도주 위험 등을 검토한 뒤 출정 때 전자경보기를 부착하기로 의결했다.
교도소 측은 이후 출정 때마다 수용기록부와 호송계획서에 전자경보기 부착 사실을 기록했다. 장비 부족이나 고장으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그 사유를 남겼다.
A씨는 민사·행정재판에 출석할 때마다 전자경보기를 부착하고 볼펜 등 필기구 소지를 제한한 조치가 신체의 자유와 재판받을 권리,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3년 11월 배정된 작업거실에서 약 1년 6개월 만에 다른 거실로 옮긴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경비처우급이 개방처우급으로 조정된 뒤에도 일반·중경비처우급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1000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자경보기 부착이 도주와 자해, 폭행 등 돌발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적법한 계호 조치라고 판단했다.
형집행법은 수용자의 자살·자해·도주·폭행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도 이송이나 출정 과정에서 수용자의 팔목 또는 보호장비에 전자경보기를 부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밖에서는 수용자가 도주하거나 다른 수용자 또는 일반인과 접촉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용자를 직접 계호하는 교도관과 교도소장의 일차적인 판단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정시설 밖으로 이동할 때만 일시적으로 전자경보기를 부착한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신체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출정 과정에서 볼펜 등 필기구 소지를 제한한 조치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볼펜도 사용 방법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도구가 될 수 있고, A씨가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필기구 소지가 제한됐다는 사정만으로 재판받을 권리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작업거실을 옮긴 정기 전방 조치도 국가배상 책임이 발생할 정도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구교도소는 자체 수용자 거실 지정 계획에 따라 거실 작업수용자와 출역수용자의 거실을 1년 6개월에 한 번 이상 변경하고 있었다.
장기간 같은 거실에서 생활하면서 수용자 사이에 위계나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고 수용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재판부는 “수용거실 지정은 수용자의 죄명과 형기, 범죄 전력, 수용생활 태도, 시설 구조와 수용밀도 등을 종합해 교도소장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A씨를 다른 거실로 옮긴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부 교정시설이 같은 방식의 정기 전방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시설마다 구조와 수용밀도, 수용자 구성과 관리 여건이 다른 만큼 대구교도소의 운영 방식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용과밀이나 시설 부족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경비처우급이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한 조치 역시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