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봐서는 안 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고액의 착수금을 받는 전관 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22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A 법무법인이 의뢰인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B씨는 2021년 10월 A 법무법인과 형사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착수보수 2000만원을 지급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최대 5000만원의 사례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B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하자 B씨는 A 법무법인에 항소심 사건도 맡기면서 착수보수 2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검찰의 항소가 기각될 경우 지급할 사례금은 ‘2억원 이내’로 정했다.
항소심은 2023년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B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B씨가 약정에 따른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자 A 법무법인은 총 2억2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형사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보수 약정을 모두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위임계약을 기초로 한다”며 “모든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약정이 형사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무효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제공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변호사법과 청탁금지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과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공보수 약정이 금지된 이후 형사사건 시장에서 전관예우가 고착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신규 변호사들이 높은 착수금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난도가 높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형사사건을 맡을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구속이나 중형 선고의 위험에 놓인 의뢰인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계약서에 성공보수 액수가 ‘2억원’으로 확정돼 있지 않고 ‘2억원 이내’라고만 기재된 점 등을 고려해 A 법무법인의 청구액 전부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은 앞서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는 지난 1월 C 법무법인이 의뢰인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는 형사사건의 결과와 변호사 보수를 연결하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본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당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형사사건과 관련해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후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다뤄져 왔다.
현재 C 법무법인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