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통령 업무보고 “교정청 신설”…과밀수용 해소 본격화

 

법무부가 수용률 125.8%에 달하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를 해소하고 수용자의 범죄·질환 특성에 맞는 치료와 재활을 강화하기 위해 교정청 신설을 추진한다.

 

오는 11월 원주교도소 개청을 시작으로 교정시설 신축·이전·증축을 병행해 2030년까지 수용률을 118% 수준으로 낮추고, 마약사범과 정신질환 수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전담 처우도 확대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이 안심하는 사회를 향한 교정행정 대전환’을 현안 과제로 제시하고, 특성별 전담 교정시설 운영과 이를 전문적으로 총괄할 교정청 설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의 1일 평균 수용인원은 6만3680명으로 수용정원 5만614명보다 1만3066명 많았다. 수용률은 125.8%였다.

 

2021년 5만2368명이었던 1일 평균 수용인원은 4년 만에 1만1312명, 21.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용정원은 4만8980명에서 5만614명으로 163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수용률은 106.9%에서 125.8%로 18.9%포인트 상승했다.

 

법무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정시설 조성사업을 통해 수용정원 2014명을 확충하고 가석방도 확대했지만, 수용인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는 11월 수용정원 400명 규모의 원주교도소를 개청하고 교정시설 신축 3곳, 이전 3곳, 증축 9곳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용률을 118%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시설 노후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2016년에도 이미 121.2%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125.8%까지 높아졌다.

 

준공 후 25년이 지난 교정시설도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법무부는 한정된 시설 안에서 수용인원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증축만으로 과밀수용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원과 검찰청, 교정시설을 한곳에 배치하는 법조타운형 교정시설을 신축하는 등 구조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노역장 유치 줄여 과밀수용 완화


노동 능력이 없거나 질환으로 실제 노역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노역장 유치제도도 손질한다.

 

법무부는 이들을 노역장에 유치하더라도 교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데다 재정적·행정적 비용만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역장 유치가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우려가 있을 때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집행정지 사유에 ‘만성질환이 악화되는 등 건강상 이유로 노역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운 때’를 추가할 계획이다.

 

약식절차에서도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도 올해 하반기 추진한다.


마약·정신질환 수용자 10년 새 2배


교정청 신설은 교정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용자의 특성에 따라 처우 체계를 바꾸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재복역률은 21.2%로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최근 10년 동안 교정시설 내 마약사범과 정신질환 수용자는 각각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마약사범은 7429명, 정신질환 수용자는 6345명이다.

 

법무부는 모든 수용자를 하나의 체계로 관리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서로 다른 재범 원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범죄 유형과 치료·재활 필요성에 따른 전담 교정시설을 확대하고, 교정청이 시설 운영과 관련 정책을 전문적으로 총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정시설 내 마약류 반입 차단과 중독 재활 대책도 강화한다.

 

현재 14대인 마약탐지장비 이온스캐너를 올해 하반기까지 24대로 늘리고, 법무부와 관세청 마약탐지견을 활용한 합동 점검도 확대한다. 두 기관은 지난 3월 마약탐지견 활용을 위한 상호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마약류사범 전담 교정시설은 올해 2월 6곳에서 6월 13곳으로 늘었다. 중독재활수용동도 지난해 12월 2곳에서 올해 1월 4곳으로 확대됐으며, 같은 달 4개 전담 교정시설에는 마약사범재활과가 신설됐다.

 

법무부는 확대된 시설과 조직을 활용해 투약사범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재활프로그램과 집중 재활프로그램인 ‘회복이음과정’의 수료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재활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면서 마약사범 재복역률은 최근 5년 동안 15.9%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일반사범 재복역률 감소 폭은 4.0%포인트였다.


소년원생 절반이 정신질환…전담 정신과 의사는 2명


소년원 내 정신질환자 증가에 대응한 치료·관리 대책도 강화한다.

 

2022년 369명으로 전체 소년원생의 37%였던 정신질환자는 올해 6월 502명으로 늘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소년원생 2명 가운데 1명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년원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전담하는 정신과 의사는 정원 12명 가운데 시간선택제 의사 2명만 근무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4년 구축하고 지난해 고도화한 소년원 정신건강 치료·관리 시스템을 내실화한다. 병력과 적응 정도에 따라 소년원생을 일반군·관심군·치료군으로 구분하고 상태에 맞는 의료처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신과 전문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원격의료도 확대한다.

 

대전소년원과 안양소년원에서는 올해 5월부터 정신과병원과 화상으로 연결하는 원격진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운영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소년 수형자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심리치료도 추진한다.

 

법무부는 가족관계 단절을 주요 범죄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한편, 보호자가 자녀의 소년원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다.

 

교정시설에서는 소년 수형자에게 제공하던 심리치료 범위를 부모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한다.

 

앞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김천소년교도소 수용자 4가족과 청주여자교도소 수용자 2가족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가 수형자와 부모를 함께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변호인 스마트접견 100호실로 확대


수용인원 증가와 함께 크게 늘어난 변호인 접견 방식도 개선한다.

 

변호인 접견은 2021년 25만2177건에서 지난해 35만8065건으로 10만5888건, 41.9% 증가했다.

 

법무부는 변호인이 교정시설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 등에서 모바일 기기로 접속해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변호인 스마트접견’을 확대한다. 교정시설에는 접견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서울구치소 1개 호실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7년 상반기까지 전국 교정기관에 스마트접견실 100호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일부 수용자의 반복적인 행정심판 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지난해 접수된 교정 관련 행정심판 1060건 가운데 한 수용자가 제기한 청구만 451건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다.

 

법무부는 반복적이고 무익한 심판청구를 간소한 절차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심판법 개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18일 교정 업무를 법무부 산하 독립 외청이 담당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교정청을 두고, 정무직 교정청장과 일반직 차장 각 1명이 조직을 이끌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지난 3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