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익신고 무기수 작업 취소한 교도소…국가배상 책임 인정

공익신고 뒤 작업 취소·처우급 조정·교도소 이송
법원, 작업 취소에 따른 재산상·정신적 손해만 인정

 

공익신고를 한 무기수형자의 교도작업을 법적 근거 없이 취소한 교정당국의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단독 송효섭 판사는 수형자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4만645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는 2019년 4월 부산교도소에 수용됐다가 2021년 4월 대구교도소로 이감됐다.

 

A씨는 부산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2021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산·전주·대구교도소가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등을 제조·판매하면서 관련 영업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부산교도소는 같은 해 3월 A씨가 허가 없이 다른 수용자와 물품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금치 13일의 징벌을 내렸다.

 

A씨가 일하던 봉제공장 작업도 취소하고 경비처우급을 개방처우급에서 완화경비처우급으로 조정했고,다음 달 대구교도소로 이송됐다.

 

A씨는 이 같은 조치가 공익신고에 대한 보복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2024년 1월 해당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고 신고와 불이익조치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권익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7월 A씨의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하고 작업 취소와 대구교도소 이송도 신고에 따른 불이익조치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도 지난 4월 권익위의 항소를 기각했고 판결은 지난 5월 확정됐다.

 

A씨는 확정된 행정소송 판결을 근거로 작업 취소와 이송, 집중근로작업장 배치 거부 등에 따른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부산교도소에서 집중근로작업자로 승급할 예정이었지만 작업이 취소돼 작업장려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구교도소로 이송된 뒤 부산지역 법원에서 진행되던 소송에 출석하면서 출정비용도 부담했다고 했다.

 

또 대구교도소 위탁 1공장 배치를 신청했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며 총 5000만원과 해당 공장에 배치될 때까지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부산교도소 측은 재판에서 작업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징벌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작업 재지정을 잠시 보류하거나 기존 작업을 해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산교도소가 2021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교도작업운영지침 제119조와 제120조에 따라 A씨의 작업을 취소했다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실제 작업 취소처분이 있었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집중근로작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A씨는 당시 집중근로작업자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집중근로자가 아닌 원고에게 해당 운영지침을 근거로 작업 취소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며 “운영지침의 문언이 명확하지 않다고 보기도 어려워 부산교도소장에게 위법한 직무집행에 관한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치 처분을 마친 다음 날인 2021년 3월 23일부터 대구교도소로 이송되기 전날인 4월 12일까지 받지 못한 작업장려금 4만645원을 재산상 손해로 인정한다”며 “작업 취소로 일하지 못해 작업점수를 얻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집중근로작업자로 승급할 예정이었다거나 작업 취소로 승급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송 이후 작업장려금을 받지 못한 것이 작업 취소 때문이라는 점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대구교도소로 이송한 조치에 대해서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앞선 행정소송에서 이송이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조치로 인정됐지만,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교도소장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원고를 이송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이송 조치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정당성을 상실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구교도소가 A씨를 희망 작업장인 위탁 1공장에 배치하지 않은 것도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집중근로작업자를 선정하는 데에는 교도소장에게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며 “수형자가 원하는 대로 작업장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탁 1공장에 배치될 때까지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도 기각했다.

 

국가 측은 A씨가 작업 보류 사실을 안 2021년 3월부터 3년이 지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원고가 작업 취소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까지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