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부인 해외여행비에 심판 안마비까지…축구협회 공금 ‘펑펑’

전·현직 임직원 법인카드 1501회 사용
피부미용실·노래방·백화점 등에서도 결제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로 골프장과 유흥업소 등을 이용하며 2억원이 넘는 협회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직 회장은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한 뒤 관련 비용을 협회 예산으로 처리했고, 국제경기를 위해 방한한 외국인 심판들의 안마업소 비용까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9일 진선미 의원실이 확보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회 전·현직 임직원 18명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법인카드를 모두 1501차례 사용해 약 2억1600만원을 부당 지출했다.

 

사용처는 골프장과 유흥·단란주점, 주유소, 노래방, 피부미용실, 백화점 등이었다. 골프장에서 약 6100만원, 유흥·단란주점에서 약 2300만원이 결제됐고 주유소 사용액은 약 1억5000만원에 달했다.

 

당시 협회를 이끌던 조모 전 회장은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세 차례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했다.

 

협회 출장 문서에는 다른 직원이 동행하는 것처럼 이름을 올리거나 출장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배우자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 예산 3012만원가량이 사용됐다.

 

콜롬비아 출장 때는 공식 일정과 별도로 배우자와 함께 인접국 페루를 찾아 나흘간 관광하기도 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협회의 지원은 이어졌다.

 

협회는 조 전 회장을 비상근 자문역으로 위촉하고 매달 500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월 2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업무용 차량, 전담 기사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협회 정관상 비상근 자문역은 급여를 받을 수 없는 명예직이었다. 조 전 회장이 17개월 동안 받은 보수와 각종 지원 규모는 1억4400만원에 달했다. 반면 실제 어떤 자문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직원들의 수당 부당 수령 사례도 있었다.

 

한 직원은 이혼해 부양가족이 없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8년 동안 가족수당을 받아 총 1470만원을 챙겼다.

 

외국인 심판을 상대로 한 접대 내용도 이번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친선경기 등에 배정된 외국인 심판 10여명의 안마업소 비용을 부담했다.

 

서울과 경남 창원, 울산 등의 안마업소에서 수십만원씩 결제됐으며 비용은 협회 법인카드로 처리됐다.

 

대상 경기에는 2012년 2월 쿠웨이트와의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1년 9월 오만과의 런던올림픽 예선, 2012년 3월 카타르와의 올림픽 예선 등 본선 진출이 걸린 경기도 포함됐다.

 

2017년 경찰이 축구협회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임직원들의 전체 횡령액은 약 1억1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 의원실 자료에는 2011~2012년 임직원 18명의 법인카드 부당 사용액만 2억1600만원으로 적시돼 있다. 당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부당 지출이 더 있었던 셈이다.

 

인사 관리 과정에서 협회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사례도 있었다.

 

협회는 법인카드 유용으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을 징계 절차 없이 해고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팀장이 관련 규정을 잘못 개정한 문제가 불거졌고, 협회는 해당 직원에게 4억10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규정 처리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담당자에게 별도의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또 협회 인사규정은 직원 채용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6명이 공개 절차 없이 특별채용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당초 8급 채용 대상이었으나 7급으로 직급을 높여 채용했다.

 

당시 인사팀장은 입사 전 경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반직 임용 자격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빙자료는 없었다.

 

한편 경찰은 지난 6일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