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 가명처리 말라”는 SKT 가입자들…대법원 “처리정지 대상 아냐”

대법원 “가명처리는 식별 위험 낮추는 조치”…

 

SK텔레콤(SKT) 가입자들이 통계 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등에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SKT 가입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개인정보 처리정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가입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가명처리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정보로 대체해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는 개인정보처리자가 통계 작성과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SKT 가입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이 같은 목적으로 가명처리하지 말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에 따른 처리정지를 요구했다. SKT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쟁점은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만드는 ‘가명처리’가 정보주체의 처리정지 요구 대상에 포함되는지였다.

 

1·2심은 가입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가명처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1항이 규정한 처리정지 요구 대상인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처리’와 ‘가명처리’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생성,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 검색, 출력, 정정, 복구, 이용, 제공, 공개, 파기 등을 ‘처리’로 규정한다.

 

이와 별도로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행위를 ‘가명처리’로 정의한다.

 

대법원은 “가명처리가 개인정보의 식별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이라“며 ”정보주체의 권리나 사생활 침해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 등과는 구별된다“고 판시했다.

 

통계 작성과 과학적 연구 등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관련 조항의 입법 목적도 고려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러한 대법원 법리에 따라 가입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명처리뿐 아니라 이를 위한 사전 준비와 위험성 검토, 적정성 검토 등 일련의 과정도 제37조에 따른 처리정지 요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