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을 내지 않아 교정시설에서 노역하는 수형자 가운데 하루 환산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사람이 200명을 넘어섰다. 전체 노역수형자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고액 환산자는 오히려 늘었다.
재산을 숨긴 고액 벌금자가 하루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벌금을 소멸시키지 못하도록 은닉재산 추적과 강제집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노역수형자 1341명 가운데 하루 환산 집행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사람은 20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15.3%로 노역수형자 약 7명 중 1명꼴이다.
하루 환산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노역수형자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171명에서 2024년 188명, 지난해 20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1년 211명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2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반면 전체 노역수형자는 2024년 1366명에서 지난해 1341명으로 25명 줄었다. 같은 기간 하루 100만원 이상 환산자는 17명 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8%에서 15.3%로 높아졌다.
환산금액별로 보면 하루 1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 1112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루 100만원 이상인 205명을 합하면 전체 노역수형자의 98.2%인 1317명이 하루 10만원 이상의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한 셈이다.
노역장 유치는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해 노역으로 벌금을 대신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루 환산금액은 선고된 벌금을 법원이 정한 노역장 유치일수로 나눠 산정한다.
현행법상 노역장 유치기간은 1일 이상 3년 이하로 정해진다. 과거에는 고액 벌금에 별도의 유치기간 하한이 없어 벌금 액수에 비해 노역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하루 환산금액은 수억원에 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이다. 허 전 회장은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으면서 하루 노역 환산금액이 5억원으로 정해졌다.
남은 벌금 249억원을 약 49일간의 노역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2014년 형법이 개정돼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최소 300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최소 500일, 50억원 이상이면 최소 1000일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두도록 했다.
다만 유치기간 상한은 여전히 3년이다. 벌금이 아무리 많아도 최대 1095일을 넘지 못해 벌금 액수가 커질수록 하루 환산금액도 높아진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재판받은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는 항소심에서 벌금 1465억1000만원과 노역장 유치 1000일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된 뒤 벌금을 내지 않는다면 하루 환산금액은 약 1억4651만원이다.
벌금 1000억원에 최대 유치기간인 1095일을 적용해도 하루 환산금액은 약 9132만원에 이른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교적 적은 벌금에도 교정시설에 수용돼 생업을 중단해야 하지만, 재산이나 범죄수익을 숨긴 고액 벌금자는 하루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은닉재산 추적과 강제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노역장 유치가 고액 벌금을 손쉽게 소멸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선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오산대 겸임교수)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생계형 미납자를 즉시 교정시설에 가두는 것은 형벌 이상의 가혹한 사회적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분할납부나 사회봉사명령을 적극 활용해 과도한 수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과 범죄수익을 숨긴 고액 벌금자에게 노역장 유치가 거액의 벌금을 손쉽게 소멸시키는 탈출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강제집행을 통한 재산 환수를 우선하고, 범죄의 중대성과 경제력을 함께 고려하는 일수벌금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