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수용실 37도 육박…냉방 없는 교정시설 ‘인권침해’ 주장

시민단체 “적정온도 기준·단계별 보호조치 법제화해야”
교정공무원도 온열질환 위험…냉방설비 보강 요구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교정시설의 수용실 온도가 37도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수용거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아 수용자뿐 아니라 교정공무원도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인권증진모임 등 인권단체들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구금시설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최근 일부 교정시설의 수용실 온도가 37도 가까이 치솟았다”며 “수용자들이 냉방시설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와 얼음물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정시설의 일반 수용거실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수용자 여러 명이 벽걸이 선풍기 1∼2대를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시설은 과열 방지를 이유로 선풍기를 50분간 가동한 뒤 10분간 멈추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밀수용도 수용실 온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러 명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혼거실은 사람의 체온과 습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체감온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은 올해 4월 기준 126.9%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에도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실 온도가 32∼34도까지 오르면서 공주·광주·영월교도소와 울산구치소, 천안개방교도소 등에서 수용자 7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였다.

 

2016년 부산교도소에서는 조사수용 중이던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열사병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법무부는 얼음 생수 지급과 복장 완화, 선풍기 추가 가동, 무더위 쉼터 운영 등을 중심으로 폭염 대책을 시행해 왔다.

 

올해는 약 12억원을 들여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 복도에 냉방설비를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수용자 냉방 지원을 둘러싼 여론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계획을 중단했다.

 

교정시설 내부 온도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교정시설의 실내 적정온도 기준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법령에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법무부는 2020년 시설마다 구조와 노후도가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고, 기준을 법제화하면 온도 미준수에 따른 국가배상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교정시설장이 혹한기와 혹서기에 수용거실과 작업장 등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시설마다 구조와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온도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용자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폭염특보 단계에 따라 어떤 보호조치를 시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제 이행 여부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로 더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며 “폭염 대응은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생명·안전 조치”라고 강조했다.

 

교정공무원의 근무 환경도 문제로 거론됐다.

 

교정공무원은 냉방시설이 없는 수용동을 수시로 순찰하고 수용자를 계호해야 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용동 복도 냉방설비 보강이 수용자뿐 아니라 교정공무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금시설 적정온도 기준과 폭염 단계별 보호조치 법제화,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피구금자의 온도·습도 정보 접근권 보장, 폭염 대응계획 이행 결과 공개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