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을 잡은 지인의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넘어져 숨졌더라도 이를 폭행치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황진희 부장판사)는 11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53)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3일 오후 5시 25분쯤 광주 남구의 한 가게에서 지인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B 씨를 밀쳐 넘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말다툼 도중 B 씨는 두 손으로 A 씨의 멱살을 잡고 통로 쪽으로 끌어냈다. A 씨가 자신의 멱살을 잡은 B 씨의 손을 뿌리치자 B 씨는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나다 넘어져 탁자나 소파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외상성 뇌 경막하출혈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2월 8일 숨졌다.
검찰은 A 씨가 양손으로 B 씨를 세게 밀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의 쟁점은 A 씨가 B 씨를 강하게 밀쳤는지,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B 씨의 사망 결과를 A 씨가 예견할 수 있었는지였다.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 등을 검토한 뒤 A 씨가 B 씨를 적극적으로 밀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양손으로 피해자를 강하게 밀쳤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밀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던 피해자의 손을 잡아 뿌리쳤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먼저 두 손으로 피고인의 멱살을 잡고 통로 쪽으로 끌어낸 행위는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아 뿌리친 행위는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뿐 아니라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돼야 한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결과 발생으로 형이 무거워지는 범죄의 경우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무거운 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B 씨는 사고 당일 오후 5시 58분쯤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의식이 매우 명료했다. 머리 봉합을 마친 오후 7시 46분쯤에도 의사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고 직후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의식이 매우 명료했고 머리 봉합을 마친 뒤에도 의사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피고인이 멱살을 잡은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자 피해자가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나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하게 밀쳤다는 공소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뿌리친 행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