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평(矯正時評) ⑦ | 여름 징역살이와 교정의 최소 품격

과밀·폭염에 갇힌 교정시설…
냉방은 복지가 아닌 안전
수용자 인권과 교도관 안전
함께 지켜야 할 최소 기준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1910년 7월 20일 영국 하원 연설에서 “범죄와 범죄자를 대하는 대중의 분위기와 태도는 한 나라 문명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교정시설은 사회의 가장 어둡고 닫힌 공간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국가의 품격과 인간 이해의 수준이 드러나는 장소다.

 

최근 교도소 냉방 논란도 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 범죄자에게 에어컨이냐”는 반응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가 제한된 공간, 과밀한 거실, 환기가 어려운 노후시설, 고령·질환 수용자의 증가는 더위를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질서의 문제로 만든다.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은 5만614명인 데 비해 1일 평균 수용인원은 6만3680명으로 수용률이 125.8%에 달했다.

 

교정공무원 정원 기준 1인당 1일 평균 수용인원도 3.8명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더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교정공무원은 더 많은 수용자와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폭염이 교정시설 안에서 생명과 질서의 문제가 되는 이유다.

 

고(故) 신영복 교수는 1985년 8월 28일 동생의 아내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서 여름 징역살이의 고통을 더위 자체에서만 찾지 않았다.

 

좁은 잠자리에서 옆 사람의 체온마저 견디기 어려워질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오히려 미움의 대상이 되는 비극을 보았다. 열악한 환경이 개인의 불편을 넘어 인간관계를 훼손하고 수용자 간 긴장과 적대감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형벌은 자유의 박탈이지 폭염 속 방치가 아니다. 국가는 수용자를 일정한 공간에 구금하는 순간부터 생명과 건강, 최소한의 인간다운 조건을 책임져야 한다.

 

냉방설비를 설치하자는 것은 수용자를 편하게 해주자는 요구가 아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표현처럼 “최소한 숨 쉴 정도”의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 기준이다.

 

냉방비 12억 원을 아끼면 장부에는 12억 원이 남는다.

 

그러나 온열질환은 의료비로, 폭행은 조사·징벌과 인력 손실로, 교도관 부상은 재해보상과 업무 공백으로, 중대사고는 국가배상과 소송비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줄의 예산을 아끼고 여러 줄의 비용을 떠안는다면 그것은 절감이 아니다. 교정행정은 이제 단순 지출액이 아니라 사회적 총비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냉방은 수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한 해 교정사고가 1629건 발생했고 수용자 간 폭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폭염은 불안과 짜증, 신체적 피로를 높여 작은 마찰을 폭력과 사고로 키울 수 있다. 교정시설의 질서는 강제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온도와 밀도, 환기와 의료 접근성 같은 기초 조건이 무너지면 작은 갈등도 큰 사고로 번진다. 냉방은 복지가 아니라 보안이고, 인권이자 안전관리다.

 

교정시설은 형벌을 집행하는 곳이지 새로운 형벌을 더하는 곳이 아니다. 법원이 선고한 것은 자유의 제한이지 과밀한 거실에서 폭염까지 견디라는 명령이 아니다.

 

교정의 품격은 가장 열악한 공간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교도관의 안전, 국가의 책임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교정은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제 그 거울 앞에서 교정을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