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 ‘깐부’에서 활동하며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회원과 대학병원 전문의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와 대학병원 전문의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깐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 13개 대학 학생이 참여한 수백 명 규모의 연합동아리로 알려졌다. 검찰은 동아리 회장 염모씨 등이 2022년 말부터 회원들을 상대로 마약을 유통하고 함께 투약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배씨는 2023년 2월부터 12월까지 염씨에게 필로폰 등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2024년 9월 기소됐다.
이씨는 2023년 10월 염씨에게 엑스터시(MDMA)를 구매해 투약하고 업무 외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배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배씨와 이씨에 대한 검사의 수사 개시와 이에 이은 공소제기가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기각 했다.
쟁점은 두 사람의 범죄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염씨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지였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법률이 정한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저지른 범죄,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제한한다.
경찰이 염씨 사건을 송치할 당시 배씨와 이씨는 염씨의 공범이나 관련 피의자로 특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두 사람의 사건을 정식으로 송치받기 전에 별도로 수사를 확대해 이들을 입건했다.
항소심은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거나 동일인에게 마약을 구매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의 직접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접 관련 범죄에 해당하려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에서 수사의 단서가 확인되고, 검사가 송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범죄를 인지한 경우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개시권이 없는 검사가 수사를 시작하고 그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공소까지 제기한 이상 단순한 수사 과정의 하자에 그치지 않는다”며 “위법하게 시작된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이 공소제기인 만큼 수사와 기소가 밀접하게 이어져 있어 공소제기 자체도 무효”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판결로 공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한다.
공소기각은 혐의의 실체를 판단하는 무죄와 달리 수사권이나 기소 절차의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재판을 종료하는 절차적 판결이다.
반면 염씨 사건은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해 법원이 혐의의 실체를 판단했다. 마약 유통과 투약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염씨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공소기각은 범죄사실에 대한 무죄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있는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다시 수사한 뒤 검찰이 재기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재수사와 재기소 여부는 공소시효와 기존 수사에서 확보한 증거의 적법성 등을 종합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