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아크말씨의 재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문 절차가 마무리됐다.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환 부장판사)는 13일 강도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아크말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의 8차 심문기일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최종 의견을 들었다.
검찰은 재심 청구인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경찰공무원의 직무상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고, 심문 과정에서 추가된 자료도 새롭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크말씨가 과거 재판에서 강도살인 범행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살인의 고의 등을 다퉜고, 자필 항소이유서와 앞서 제출한 재심청구서에도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크말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유죄판결의 핵심 증거인 자백이 객관적인 자료와 여러 지점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며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피해자의 택시에서 아크말씨의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어 아크말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증거는 자백뿐이라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택시 이동 경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자료, 통신·기지국 자료, 피해품 관련 자료 등을 법원에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는 5개의 기둥이 전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다른 용의자를 의심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수강도 전력이 있는 A씨가 피해자의 택시가 최종 정차한 장소 인근에서 택시가 유기된 직후 특수절도 전력이 있는 다른 남성과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박 변호사는 “자백 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이런 유력한 용의자를 눈앞에 두고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공업용 커터칼과 관련한 수사보고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과거 수사보고에는 아크말씨가 창원 명서동의 한 소매점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구입했고, 업주가 외국인에게 이를 판매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업주와 딸은 앞선 심문기일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취급하거나 외국인에게 판매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변호인 측은 이들의 증언이 수사보고 내용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택시 타코미터에 기록된 이동 거리도 자백과 차이를 보였다.
자백에 나온 승차 지점과 범행 장소 사이의 거리는 현장검증과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에서 약 13.4에서 13.5㎞로 산정됐지만 타코미터에는 약 19.6㎞를 이동한 것으로 기록됐다.
피해자의 목에 남은 흔적과 머리 손상, 범행 순서, 흉기 종류 등 법의학적 분석 결과도 자백 내용과 일치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무죄 가능성이 이토록 진지하게 다투어지는 사건에서 앞으로 심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복역이 계속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자유의 박탈이 하루하루 더해진다”고 호소했다.
아크말씨는 자신의 자백으로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건은 2009년 3월 창원시 명서동 주택가에 주차된 택시에서 50대 기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아크말씨는 같은 해 다른 사건으로 체포돼 조사받던 중 해당 사건을 자백해 기소됐고, 이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10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