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 근무자의 책임이 거론된다.
수용자를 직접 관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현장 직원의 부주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2010년 8월 28일 천안교도소에서 중국인 수형자 J가 대운동장에서 운동하던 중 담장을 넘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J는 교도소 뒤편 북일고 뒷산 방향으로 도주했다가 몇 시간 뒤 출동한 직원들에게 붙잡혔고,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돌이켜보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징후가 있었다.
당시 징벌을 받고 있던 J는 수용실 안에서 벽 위쪽에 팔과 다리를 뻗어 몸을 공중에 띄우는 ‘공중부양’ 동작을 반복했다.
이를 목격한 담당 직원은 J의 신체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며 위험인물로 주의해야 한다고 주변 직원들에게 알렸다.
그런데 교도소는 사고 전날인 8월 27일 J에게 남아 있던 징벌을 면제했다. 징벌을 받는 동안에는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돼 운동 등 공동생활이 제한되지만, 징벌이 면제되면서 J는 바로 다음 날부터 일반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사고 당일 J가 수용된 사동은 오전에 운동하도록 편성돼 있었으나 비가 내리면서 일정이 취소됐다.
통상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지 못하면 그날 운동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보안과는 담당 교도관들의 반대에도 오전 운동을 하지 못한 수용자들을 점심시간에 운동시키도록 지시했다.
대운동장에 나온 J는 운동 도중 교도관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교회당 화장실이 아닌 후문 쪽으로 달렸다.
이어 후문 건물과 연결된 철망을 타고 올라가 돌출된 부분을 붙잡은 뒤 몇 초 만에 주벽 위로 이동했고, 그대로 담장 밖으로 뛰어내려 산으로 달아났다.
일반적인 수용자라면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J는 전자경비시스템 철망 위로 올라가 후문 건물의 돌출부를 붙잡은 뒤 주벽 상단으로 이동했다.
더욱이 J는 기예단 출신으로 신체 능력이 뛰어났고, 수용실에서도 벽을 이용해 몸을 띄우는 공중부양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시설의 취약점을 단숨에 이용할 수 있었다.
다행히 J는 몇 시간 뒤 교도소 뒷산 너머에서 붙잡혔지만 사건의 파장은 컸다. 운동장 근무자 4명이 징계를 받았고 보안과장은 다른 교정시설로 전출됐다.
새로 부임한 보안과장은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대적인 시설 보강에 나섰다.
그는 교도소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이러니 사고가 난다”는 말을 했고, 주벽과 연결된 감시대와 정문동 2층 창살에는 철판을 덧대도록 했다. 사람이 손으로 잡고 올라갈 만한 곳에는 구리스까지 발라 미끄럽게 만들었다.
보안과 안에 있던 큰 나무들도 경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베어냈다.
2010년 천안교도소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오래된 나무와 담장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들까지 잘려 나가자 이를 지켜보던 직원들은 안타까워했다.
일부 선배 직원들은 교도소에 오래전부터 전해지던 이야기를 꺼냈다.
“교도소 안의 큰 나무를 베면 사고가 난다.”
물론 근거 없는 속설이었다. 하지만 보안과장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 또 다른 수용자가 같은 교도소의 담장을 넘었다.
한국인 수용자 L은 운동을 마친 수용자들과 함께 사동으로 돌아가던 중 담당 직원이 출입문을 여는 틈을 타 대열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미결운동장을 둘러싼 비교적 낮은 담을 먼저 넘은 L은 교도소 주벽 가까이에 설치된 전자경비시스템 구조물 위로 올라갔다.
전자경비시스템은 원래 수용자의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었지만, L에게는 높은 주벽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L은 그 위를 따라 정문동 방향으로 이동한 뒤 2층 아래쪽 창틀에 발을 디뎠다. 이어 창살을 막기 위해 덧댄 철판의 윗부분을 손톱으로 붙잡고 건물 외벽을 따라 약 10m를 옆으로 이동했다.
정문동 끝부분은 교도소 외곽 주벽과 이어져 있었고, L은 그 지점에서 주벽 위로 올라가 담장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야간근무를 마친 직원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주벽 바로 밖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던 직원들은 갑자기 담장 위에 나타난 L이 밖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발견했고, 곧바로 달려가 붙잡았다.
L은 교도소 밖으로 달아나지는 못했지만 약 5m 높이의 주벽을 완전히 넘어 외부로 나간 상태였다.
더 기막힌 우연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날은 당시 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퇴직하던 날이었다. 정식 퇴임식도 열지 못한 채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청사를 떠나려던 순간, 보안과 당직교감이 다급하게 뛰어와 보고했다.
“수용자가 담장을 넘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직원들은 처음에는 L이 어떤 방법으로 담장을 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창살에는 철판을 덧대고 손으로 잡을 만한 곳에는 구리스까지 발라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 경로를 하나씩 따라가 보니 원인은 도주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전자경비시스템이 정문동 창틀로 접근하는 발판이 됐고, 정문동과 주벽이 맞닿은 구조는 담장 위로 올라가는 통로가 됐다.
전자경비시스템이 설치되기 전에는 별다른 도구 없이 약 5m 높이의 주벽을 넘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장치가 설치된 뒤 같은 교도소에서 불과 넉 달 사이 두 명의 수용자가 전자경비시스템과 주변 건물을 이용해 담장을 넘었다. 도주를 막기 위한 시설이 오히려 도주를 가능하게 한 셈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눈에 보이는 곳마다 철판을 덧대고 구리스를 발랐지만, 전자경비시스템과 건물 전체가 주벽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현장 근무자들이 징계를 받았고, 이들은 소청심사를 청구했다.당시 한 소청심사위원이 던진 질문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같은 기관에서 불과 4개월 사이에 수용자가 두 번이나 담을 넘었다면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시설을 만든 사람들은 왜 책임지지 않고 현장 근무자들만 징계를 받아야 합니까.”
소청심사위원회는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는 점을 인정해 징계처분을 취소했다.
현장 근무자의 과실보다 수용자가 주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의 구조적 문제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본 것이다.
교도소에서는 “교도관은 운수직”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 그러나 사고의 책임까지 개인의 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선배들이 겪은 시행착오가 후배들에게는 교훈이 되고, 후배들이 낸 용기 있는 목소리가 더 안전한 교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홀로 책임지는 교정이 아니라, 조직과 제도가 함께 책임지는 교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