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부모의 수감으로 돌봄 공백에 놓인 미성년 자녀를 국가 보호체계에 연계하는 제도를 오는 12월 시행한다.
그러나 시행을 넉 달 앞둔 현재까지 전담인력과 예산은 물론 교정시설과 지방자치단체 간 구체적인 조사·통보 절차도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시사법률>이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의 제도 시행 준비 상황을 확인한 결과, 법무부는 “수용자자녀 지원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예산과 인력 확보를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용자자녀 보호제도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은 교정시설이 신입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유무와 양육환경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보호조치 의뢰와 긴급복지 지원 등 국가 보호체계에 연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시행 넉 달 앞인데”…인력·예산 규모 아직 협의 중
법무부는 수용자자녀 지원을 담당할 전담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검토를 거쳐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구호물품 지급과 전담인력 배치, 민간 지원기관과의 연계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수용자자녀를 보호하고 수용자의 안정적인 가족관계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필요한 인력의 규모와 배치 대상 교정시설, 관련 예산 등 구체적인 운용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시행 초기 전국 교정시설에서 자녀의 양육환경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법무부는 “수용자가 신입 입소할 때 자녀의 양육환경을 조사해 그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알릴 수 있도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보호조치 의뢰와 긴급복지 등 공적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장에서 적용할 세부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정시설의 조사 결과를 지자체 어느 부서에 전달할지, 긴급보호 대상 아동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 통보 이후 어느 기관이 후속 조치를 맡을지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해지지 않았다.
위기정보 끊긴 ‘울산 일가족 사망’…연계 필요성 드러나
관계기관 간 위기정보 공유의 필요성은 지난 3월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아버지와 네 자녀가 생활고에 놓였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어머니의 구속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가정은 지난해 3월 지자체의 관리 대상 가구로 선정돼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받았으나 같은 해 12월 지원이 종료된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1월 자녀가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고 보호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주거지를 방문했다. 당시 아동학대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고, 지자체가 위기 징후를 파악한 것은 이보다 한 달 뒤인 지난 2월이었다.
수용자의 구속 사실과 남겨진 자녀의 양육 상황이 교정시설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공유됐다면 위기 가정을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규칙도 부내심사 단계…업무 매뉴얼은 “수립 예정”
현장에서 적용할 하위 규정과 업무지침도 확정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개정 형집행법 시행에 필요한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6월 15일 입법예고했으며 현재 부내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교정시설이 자녀의 양육환경을 조사하고 지자체에 통보할 때 적용할 수용자자녀 지원 업무 매뉴얼은 앞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윤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용자의 17.4%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고 수용자자녀도 1만 4000여 명에 이른다”며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시행 전 관계기관 간 조사·통보 기준과 지원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