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교정시설 취사장에서 일하는 수용자의 휴일을 늘리고 적절한 안전장비를 갖추는 등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과도한 작업시간과 작업용품 미지급을 주장한 진정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작업장려금에 관한 진정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지난 11일 법무부 장관에게 취사장 작업 수용자에게 현재 실시하는 휴일 외에 추가 휴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작업용품의 적정성을 검토해 앞치마와 고무장화 등을 갖춰 착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결정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7월 한 교도소 취사장에서 약 1년간 일한 수용자 A씨의 처우가 부당하다며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단체 측은 A씨가 매주 80시간 이상 작업하면서도 한 달에 1∼2회밖에 쉬지 못했고, 고무장갑 등 작업용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작업장려금 역시 최저임금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도소는 "식사와 운동, 휴식, 개인정비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작업시간은 주 52시간 이내이며, 2주에 하루씩 휴일을 부여해 관련 규정을 지키고 있다"며 "작업에 필요한 물품도 요청이 있으면 즉시 지급하거나 교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한 하루 작업시간은 조출팀 13시간, 정출팀 10시간40분, 잔업팀 12시간10분이었다.
그러나 식사와 운동, 휴식, 개인정비 시간을 제외한 실제 작업시간은 정출팀 4시간25분에서 조출팀 5시간24분으로 파악됐다. 하루 5시간30분, 일주일 42시간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인권위는 취사장 작업시간이 하루 12시간, 일주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작업시간에 관한 진정을 기각했다.
작업용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조사 당시 취사장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작업안전수칙이 게시돼 있었고, 비품 창고에는 고무장화 등이 다량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의 참고인도 작업용품 교체를 요청하면 즉시 교체해준다고 진술했다.
작업장려금에 관한 진정은 헌법상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권위법상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진정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취사장의 높은 작업 강도와 사고 위험을 고려하면 휴일과 안전장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사 과정에서 면담한 참고인들은 모두 취사장 작업 중 화상을 입는 등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실제 교정 현장에서도 취사장은 사고 위험이 큰 작업장으로 꼽힌다.
천동성 전 교도관은 “운영지원팀장으로 근무하며 취사장 업무를 담당했을 당시 압력기 문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해 수용자가 증기압에 튕겨 나간 적이 있다”며 “다행히 회복했지만 취사장은 항상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공무원들도 취사장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작업 특성상 화상 환자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일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도소는 취사장 작업 수용자에게 2주에 하루의 휴일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다른 교정시설도 2주에 하루나 월 2∼3회 또는 월 1회의 휴일을 부여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비록 수용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작업장 안전 확보와 교정교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작업장에 나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출소 후 생활을 계획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주에 하루 또는 한 달에 하루의 휴일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휴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번 의견표명을 환영하면서도 작업시간과 작업장려금에 관한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더시사법률>과의 통화에서 “취사작업 수형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과도한 작업시간과 턱없이 낮은 작업장려금 등 핵심적인 진정 취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거나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용자들이 휴식시간에도 취사장에 머물며 교도관의 관리를 받고 있어 언제든 작업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며 “작업장려금은 출소 후 재범을 막는 최소한의 종잣돈”이라며 최저임금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