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도 음식도 장례식장 마음대로?…공정위, 거래 관행 개선

근조화환 소유권 유족 권리로 명시
외부 음식물‧장례비용 기준 구체화

 

경황없는 유족을 상대로 화환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외부 음식물 반입을 제한해 온 일부 장례식장의 불공정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근조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절차를 명확히 하고 외부 음식물 반입 범위와 이용료 안내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표준약관에는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방법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장례식장이 화환을 임의로 폐기하거나 유족이 직접 처분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뒤 협력관계에 있는 특정 업체에 헐값으로 판매하도록 하면서 분쟁이 이어졌다.

 

공정위가 2022년 일정 규모 이상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22개 사업자를 조사한 결과, 15개 사업자에게서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9곳은 화환을 사업자가 임의로 폐기하거나 유족의 재판매를 금지하는 등 화환 처분 권한을 제한하는 약관을 사용했다. 조사에서 확인된 불공정 약관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였다.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해 장례식장이 제공하는 음식만 이용하도록 한 약관도 7곳에서 확인됐다. 당시 공정위는 유족이 일정 시점까지 화환을 직접 처분하고, 처분하지 못한 경우 장례식장에 처리를 맡길 수 있도록 관련 약관을 시정했다.

 

약관 시정 후에도 화환 처분을 둘러싼 소비자 민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민신문고에는 장례식장 측 화환업체가 발인 날 화환을 가져가겠다며 유족에게 개당 1000원에 판매하도록 요구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유족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 관계자가 빈소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족이 화환을 직접 처분하려 하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거나 다른 업체가 수거하지 못하도록 한 뒤 장례식장 계약업체에 판매하도록 했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분쟁을 막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표준약관에 명시했다. 장례식장이 화환을 처리할 때도 이용자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음식물 반입과 관련해서는 위생사고 우려와 유족의 선택권을 함께 고려해 반입 가능 범위를 나눴다.

 

밥·국·전·반찬류 등 외부에서 조리한 음식은 식중독 우려가 있어 원칙적으로 반입할 수 없지만, 장례식장과 이용자가 사전에 협의하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자르거나 가공하지 않은 과일과 소비기한 등이 표시된 포장 음료·주류, 과자·견과류·마른안주 등 조리하지 않은 음식은 별도의 협의 없이 반입할 수 있다.

 

장례비용을 둘러싼 분쟁을 줄이기 위한 조항도 마련됐다.

 

국민신문고에는 최초 상담 당시 최대 1000만원가량으로 안내받았지만 장례를 치른 뒤 1600만원을 청구받았다는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개정 표준약관은 이용료 구성 항목을 시설임대료와 장례 관련 수수료, 장례용품비, 청소·관리비 등으로 세분화했다. 장례식장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용시설과 이용료, 장례의식 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반영해 한국장례협회가 표준약관 심사를 청구하면서 추진됐다.

 

공정위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줄어들고 바람직한 거래질서가 정착돼 소비자 권익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정 표준약관을 누리집에 게시하고 사업자단체 등에 통보해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