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속기간 채워도 승진은 ‘기관 운’…교정직 근속승진의 벽 [탐사기획-멈춰선 교정 인사]

소속기관 평가 지방청 단위로 통합
근무성적 비슷해도 승진 시기 갈려

 

교정직 공무원의 장기근속을 보상하기 위한 근속승진 제도가 오히려 소속 기관의 규모에 따라 승진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국 교정기관은 서울·대구·대전·광주 등 4개 지방교정청이 권역별 교도소와 구치소를 관할하는 구조다.

 

서울청은 서울·경기·강원권 15개 기관과 1개 지소, 대구청은 대구·부산·경상권 19개 기관을 관할한다. 대전청에는 대전·충청권 8개 기관과 2개 지소, 광주청에는 광주·전라·제주권 9개 기관이 소속돼 있다.

 

교정직 공무원이 근속승진에 필요한 재직기간은 9급 교도에서 8급 교사로 승진할 때 5년 6개월, 8급 교사에서 7급 교위로 승진할 때 7년이다. 7급 교위에서 6급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11년을 재직해야 한다.

 

근속승진은 상위 직급에 빈자리가 없어도 일정 기간 근무한 직원을 승진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해진 기간을 채웠다고 모두 자동으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며, 근무성적 등을 반영한 승진후보자명부 순위에 따라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관 아닌 지방청 단위로 순위…규모 따라 승진 기회 달라져


문제는 9급에서 8급, 8급에서 7급으로의 승진후보자명부를 개별 교도소나 구치소가 아닌 지방교정청 단위로 통합해 작성한다는 점이다.

 

여러 기관의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하나의 명부에 합쳐지면서 기관별 평가등급 배정 인원과 승진 대상자 분포가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근무성적평정 규정상 최고 등급인 ‘수’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은 기관별 상위 20%로 제한된다.

 

승진 대상자가 많은 기관에서는 대상자 간 경쟁이 치열해 일부 직원이 차상위 등급인 ‘우’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승진 대상자가 적은 기관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해 ‘수’를 받는 직원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후 각 기관의 평가 결과를 지방교정청 단위로 통합하면 ‘수’를 받은 직원이 명부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우’를 받은 직원은 그보다 뒤로 밀리게 된다. 이에 근속기간과 근무성적이 비슷하더라도 소속 기관의 승진 대상자 수에 따라 승진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도소 5위가 지방청 190위…법원은 “평가 조작 아니다”


실제로 소속 기관과 지방교정청에서 받은 순위가 크게 벌어진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B교도소에서 근무한 전직 교정공무원 A씨는 2021년 7급 교위에서 6급 교감으로의 근속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A씨의 기관 내 근무성적 순위는 2019년 상반기 107명 중 22위에서 2020년 하반기 94명 중 5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방교정청 전체 순위는 351위, 388위, 170위, 190위에 머물렀다. A씨는 자신보다 근속연수가 짧은 사무실 근무자들을 먼저 승진시키기 위해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7급에서 11년 이상 근무하면 6급 근속승진 후보자가 될 수 있을 뿐 실제 승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근무성적평가에는 직급별 인원과 담당 업무, 부서평가 결과, 성과지표, 조직성과 기여도, 업무 난이도 등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 내 순위와 지방교정청 순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근속연수가 길거나 실제 승진자들이 특정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평가권자가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은 일선 기관에서 상위권 평가를 받은 직원이 지방교정청 통합명부에서는 크게 낮은 순위를 받을 수 있는 현행 구조를 보여준다.


경찰·소방은 기관별 여건 반영…교정직은 청 단위 통합


다른 공직에서도 근속기간을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찰과 소방도 근무성적과 승진대상자명부 등을 토대로 근속승진자를 정하고, 일부 계급에는 승진 인원 제한을 두고 있다.

 

다만 경찰과 소방은 일반직 공무원과 구분된 별도의 계급·승진체계를 운영한다.

 

소속 기관의 대상자 분포와 승진 여건을 고려해 기관별 승진 예정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교도소와 구치소의 직원을 지방교정청 단위로 묶어 평가하는 교정직과 차이가 있다.

 

군인은 근속승진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계급별로 필요한 최소 복무기간을 채운 사람 가운데 진급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장교와 부사관의 경력 체계도 구분돼 있으며 계급별 정원과 진급, 보직, 계급정년이 서로 연계돼 있다.

 

 

2025년 말 기준 행정안전부 일반직 공무원의 평균 승진 소요기간은 9급에서 8급까지 2.5년, 8급에서 7급까지 3.8년이었다.

 

반면 교정직은 심사승진 인원이 제한돼 상당수 직원이 근속승진에 의존하지만, 필요한 재직기간을 모두 채우고도 지방교정청 통합명부에서 밀려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교정계에서는 7급 이하 근속승진은 일선기관별로 명부를 작성해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병선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오산대 겸임교수)은 “같은 근속기간과 근무성과를 갖추고도 소속 기관이나 지방교정청에 따라 승진 기회가 지나치게 달라진다면 제도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기관 규모와 평정등급 배분에 따른 격차를 합리적으로 보정하고, 승진후보자명부의 순위 결정 원칙을 명확히 하는 한편 근무성적평정 이의신청 절차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공무원은 폐쇄된 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구금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교정교화와 사회복귀까지 담당한다”며 “인사와 승진, 교육훈련, 안전, 복지 전반에 교정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교정공무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