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에 ‘친자 불일치’…형의 재산은 누가 상속받나

친자 아니라도 법적 자녀 지위 유지
동생은 친생부인 소송 제기 어려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형의 유품에서 친자 불일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발견되면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자녀의 상속권을 둘러싼 사연이 전해졌다.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사연자 A씨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형과 단둘이 가족으로 지내왔다.

 

최근 형이 갑작스럽게 숨지자 장례를 마친 A씨는 형의 유품과 재산을 정리하던 중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발견했다.

 

결과지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 형의 자녀로 등록된 아이와 형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에 따르면 형수는 형과 혼인 관계를 유지하던 중 다른 남성과 동거를 시작해 아이를 낳았다.

 

이후 아이를 법률상 남편이었던 형의 자녀로 출생 신고했고, 형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지 약 7년 뒤 협의 이혼했다.

 

형은 사망 당시 재혼한 배우자가 없었고 부모도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해당 아이가 여전히 형의 자녀로 등재돼 있었다.

 

A씨는 “유전자 검사 결과대로라면 아이는 형의 친자가 아니지만, 형은 이를 알고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며 “동생인 제가 친생자관계를 바로잡아 아이를 상속인에서 제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법적 자녀 지위와 상속권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고 있다.

 

혼인 중 임신·출산한 자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법원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친생추정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친생추정을 부인하려면 원칙적으로 법률상 아버지나 생모가 친생부인의 사유를 안 날부터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며 “아버지나 생모가 이 기간 안에 사망했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상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A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도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박 변호사는 혼인 중 임신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을 번복하려면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거쳐야 하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를 임신할 당시 형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 형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했다면 친생추정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와 A씨에게 소송을 낼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아이가 형의 법률상 자녀이자 1순위 상속인으로 취급된다”며 “형제자매는 직계비속과 직계존속 등이 없을 때 상속인이 되는 후순위 상속인이므로 A씨가 형의 재산을 상속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형이 생전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했는지, 유언으로 친생부인의 의사를 표시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아이를 임신할 당시 형 부부의 혼인생활이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