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손봉기 임명동의안 안 낸다…“대법관 재제청 유사 사례 없어”

靑 “대통령에 대법관 임명권한 있어”
김성수 후보자는 예정대로 절차 진행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은 1987년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처음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재제청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서로 다른 헌법상 권한으로 해석했다.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할 수 없으며, 대통령에게도 후보자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재량이 있다는 논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87년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유사 사례가 없다”면서도 “임명권 자체가 실질적인 심사 재량을 내포하고 있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귀속되지 않는 권한으로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법률 검토 이후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의 제청 과정도 문제 삼았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를 추천한 뒤 7개월여 만인 지난 18일 손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놓고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온 관행도 재제청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협의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고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해온 절차적 장치라고 봤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번 노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사법부가 그동안의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20일에도 손 후보자 제청을 두고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사태,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며 관례와 관련 법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인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 사실도 재제청 요구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법원행정처가 후보자들에게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것이 대법관 인선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기존 추천 내용을 존중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정 인물을 재제청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민기 부장판사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임명 절차를 밟는다. 김 후보자는 제청에 앞서 사전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인 만큼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