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징역 20년 복역 중인데…별건 사기로 또 징역 15년

임차인 200여명에 230억원 가로채
사기 법정형 상향…최대 ‘징역 30년’

 

전세사기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부동산 법인 대표가 또 다른 전세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최근 4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다수의 서민을 겨냥한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박우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법인 대표 A(52)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기 방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법인 사내이사 B(60)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대전 등 전국에 다가구주택 수십 채를 건립한 뒤 임차인 200여 명으로부터 약 230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임대차계약을 계속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 3명을 상대로 3억5500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편취하는 A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행은 임차인들의 주거 생활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주택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들의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이 심각한데도 피고인은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음부터 사기 범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갭투자 열풍을 추종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대하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가 진행될 경우 피해 금액 중 일부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앞서 A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LH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해 159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자신의 다가구주택을 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LH가 입주 대상자가 거주할 주택 소유자와 먼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다시 입주자에게 임대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A씨 사건과 같이 다수의 임차인을 상대로 한 전세사기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도 계속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지난 7월 기준 4만 278명이다. 이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층이 75.94%에 달했다.

 

피해 보증금은 비교적 소액 구간에 집중됐다. 피해자의 97.6%가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서 피해를 봤다. 피해액별로는 1억원 초과∼2억원 이하가 43.4%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하가 42.0%, 2억원 초과∼3억원 이하가 12.3%를 차지했다.

 

전세사기는 이처럼 피해자가 많아 전체 피해액이 커지더라도 개인별 피해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존 처벌 체계로는 범죄의 전체 규모를 형량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에는 전체 피해액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더라도 피해자 1명당 피해액이 5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형법상 사기죄의 징역형 상한도 10년이어서 경합범 가중을 적용하더라도 최대 징역 15년에 그쳤다.

 

이에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사기죄·컴퓨터등사용사기죄·준사기죄의 법정형을 기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경합범으로 가중할 경우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전세사기는 피해자가 다수이고 전체 피해액이 막대한데도 피해자별 피해액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법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범죄 규모에 상응하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사기죄 법정형 상향으로 대규모 민생 사기에 보다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는 보증금이 피해자의 사실상 전 재산인 경우가 많은 만큼 수사 초기부터 범죄수익과 책임재산을 신속히 확보하고 경·공매와 피해주택 매입 등 피해 회복 절차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