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 시작한 옥중 펜팔…여성 수용자 정보가 ‘7만원 상품’ 될 줄 몰랐죠”

최근 출소한 30대 여성 연수씨가 전한 교도소 펜팔
“안에서는 그런 명단이 돈다는 말조차 듣지 못해”

 

최근 여성 수용자의 나이와 수용기관, 신체조건 등을 정리한 이른바 ‘교정시설 리스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수용생활 중 남성 세 명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30대 여성 연수(가명)씨는 출소한 뒤에야 이런 명단이 담장 밖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28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연수씨. 수원에 거주하는 그녀는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이날 서울까지 찾아왔다. 작은 키에 마른 체구의 연수씨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수용생활과 펜팔 이야기가 나오자 당시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수씨는 교정시설에서 펜팔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 수용자에 관한 정보가 하나의 명단으로 정리돼 외부에서 유료로 유통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명단을 보여주자 연수씨는 한동안 내용을 살펴본 뒤 “교도소 안에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연수씨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남성이 제안한 서류 전달 아르바이트에 가담했다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됐다. 실형을 선고받고 약 1년 8개월간 수용생활을 한 뒤 최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가족의 접견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에게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수용생활에 필요한 영치금도 거의 받지 못했다.


접견도 영치금도 없던 수용생활…펜팔로 달랜 외로움


연수씨가 처음 펜팔을 권유받은 것은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여성 수용자를 통해서였다.

 

당시에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어 모르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을 생각이 없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마음이 달라진 것은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된 뒤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던 방에서 소인실로 옮겨지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대화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 달리 시간을 보낼 방법도 마땅치 않았던 것이 편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방 사람과 친하지도 않았고 할 게 없으니까 편지를 주고받게 됐어요. 가장 큰 이유는 심심하고 외로웠기 때문이죠.”

 

펜팔 상대는 주로 수용자들의 소개로 연결됐다. 같은 방 수용자가 다른 교정시설에 있는 남성 수용자를 소개하거나 먼저 출소한 지인이 편지를 주고받을 사람을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름과 수용기관을 전달받아 편지를 보내면 서로의 수용생활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가 시작됐다.

 

연수씨가 수용생활 중 편지를 주고받은 남성은 모두 세 명이었다. 이 가운데 한 명과는 단순히 안부를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진지한 만남까지 생각했다.

 

상대가 먼저 출소한 뒤 연수씨를 찾아오면서 실제 접견도 이뤄졌지만, 편지로만 알고 지냈을 때와 달리 성격과 살아온 환경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 연락을 정리했다.

 

다른 남성과는 친구처럼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편지에 담긴 교정시설 생활과 주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대의 행동과 성격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연락을 끊었다.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남성과는 출소한 현재까지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연수씨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된 경위와 수용생활 등 자신의 과거를 대부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상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연수씨처럼 펜팔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만났던 20대 중에서는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펜팔을 했던 것 같아요.”


수용자 소개부터 외부 업체 중개까지


수용자나 지인을 통하지 않고 외부 업체에서 상대를 소개받는 방법도 있었다.

 

교정시설 밖에서 편지 전달과 물품 구매 등을 돕는 수발업체 가운데 일부가 돈을 받고 펜팔 상대를 연결해 줬다.

 

연수씨 역시 수용생활 중 한 업체에 편지를 보내 이름과 나이, 수용된 경위 등을 적고 소개 절차를 문의했다. 얼마 뒤 업체로부터 이용 방법과 비용을 설명하는 답장이 왔지만, 실제 소개를 받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소개 비용을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체가 가져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느껴져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수씨는 키와 몸무게 등 신체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적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름과 나이, 수용 경위는 직접 써서 보냈다고 했다.

 

자신이 제공한 정보가 이후 어떻게 관리되고 누구에게 전달되는지에 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생각했던 외모와 다르다”며 영치금 18원


본지는 지난 14일 SNS에서 여성 수용자로 추정되는 20여명의 정보를 정리한 ‘교정시설 리스트’를 입수했다.

 

명단에는 이름 일부와 수용기관, 나이 또는 출생연도를 비롯해 키와 몸무게, 혈액형, MBTI, 외모와 성격에 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간호사 출신’, ‘뮤지컬 전공’, ‘영어 가능’ 등 개인의 경력과 특성을 소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서 상단에는 ‘교정 펜팔 매칭 1인당 7만원, 매칭된 여성의 편지 3회 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성 수용자의 정보가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돼 유료 소개에 활용되고 있었지만, 정보를 누가 어떤 경로로 모았는지, 당사자들이 수집과 제공에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수씨가 수용생활 중 알고 있던 펜팔과 담장 밖에서 유통된 명단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연수씨에게 펜팔은 외로운 수용생활을 견디며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었지만, 외부에서는 여성 수용자의 나이와 신체조건, 성격과 경력이 돈을 받고 상대를 연결하는 ‘매칭 정보’로 활용되고 있었다.

 

영치금을 주고받거나 출소 후 접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외모와 신분을 둘러싼 다툼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연수씨는 한 남성이 먼저 출소한 뒤 접견에서 만난 여성 수용자의 모습이 예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영치금 18원을 보낸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담장 밖에서도 이어진 막막한 생활


교도소를 나온 뒤에도 연수씨의 형편은 현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정한 직업이 없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고, 취재진을 만난 날에는 돌아갈 차비조차 없다고 했다.

 

취재진은 출소자의 취업과 주거,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사업을 설명하고 가까운 지부에 상담을 요청해 보라고 안내했다.

 

연수씨는 공단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이후 연수씨는 어디론가 연락한 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