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교섭 계속 미루면 형사처벌”…헌재, 노동조합법 조항 첫 합헌 결정

노동조합법 처벌 조항 위헌 여부 첫 판단
“구제명령만으로 한계…형사처벌 필요성 인정”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미룰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7일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 중 제81조 제3호에 관한 부분을 대상으로 제기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람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형사처벌을 통해 사용자의 일방적인 교섭 거부나 지연을 막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단체교섭 거부·해태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만으로 위법 행위를 예방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봤다.

 

법에서 사용하는 ‘해태’나 ‘정당한 이유’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어떤 행위가 처벌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해태’를 형식적으로 교섭에 응하면서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의 요구에 장기간 대응하지 않는 등 교섭 성립을 어렵게 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당한 이유’ 역시 교섭 주체와 대상, 방법 등을 종합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 간 단체교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법률에 일일이 열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축적된 판례와 법관의 해석을 통해 처벌 대상의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반도체 관련 업체 임원인 A씨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제기했다.

 

A씨는 2017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노동조합으로부터 모두 11차례 단체교섭 요청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후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임금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 교섭을 요구받았지만 이전 교섭에서 합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노조가 제출한 수정안에 관한 협의를 거부한 혐의도 받았다.

 

A씨 측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22년 3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