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4년 새 43% 늘었는데…초소형 카메라 유통 규제는 ‘제자리’

2024년 7천건 넘어…하루 20건꼴
거래이력 관리 논의에도 입법 불발

 

최근 지상파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한 대학병원 의사가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다. 불법촬영 범죄가 4년 새 40% 넘게 증가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초소형·변형 카메라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유통 단계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학병원 의사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체포해 수사했다.

 

A씨는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여성 2명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수년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도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6월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하고, 같은 달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상파 아침 교양 프로그램 등에 여러 차례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촬영 범죄는 카페와 지하철역, 화장실, 물놀이시설 등 일상 공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2020년 5032건에서 2024년 7202건으로 약 43% 증가했다.

 

2021년 6212건, 2022년 6865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23년 6626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듬해 다시 7000건을 넘어섰다.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0건이 발생한 셈이다.

 

불법촬영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는 가운데 촬영 장비에 대한 높은 접근성도 문제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몰과 전문 판매업체에서는 안경, 시계, 볼펜 등 일상용품으로 위장한 초소형·변형 카메라가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렌즈가 외부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거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는 기능을 내세운다. 특정 물품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주문 제작이나 내용물을 알아보기 어렵게 포장하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몰래 카메라’를 검색하면 관련 상품이 노출되지 않지만 ‘초소형 카메라’, ‘안경 카메라’, ‘시계 카메라’ 등으로 검색어를 바꾸면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초소형·변형 카메라는 보안이나 레저 촬영 등 합법적인 목적으로도 활용되는 만큼 제품 자체를 불법 물품으로 규정해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렵다. 이에 판매를 전면 제한하기보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 이력을 관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국회에서도 변형카메라의 거래 이력을 관리하고 미등록 제품의 유통을 제한하는 방안이 여러 차례 논의됐다.

 

그러나 정상적인 제품 이용이나 관련 기술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불법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될 경우 복제와 재유포가 반복되면서 피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촬영 이후의 유통·소비 단계까지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범죄가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 이후 처벌만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촬영 장비의 구매·유통부터 불법촬영물의 확산까지 전 과정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초소형·변형 카메라는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는 어렵지만, 불법촬영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판매·구매 이력을 일정 범위에서 관리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촬영은 피해자가 촬영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한 번 유포된 영상은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며 “촬영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불법촬영물을 소비하고 유통시키는 단계까지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