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해도 무기징역…‘가석방 없는 무기형’ 다시 수면 위로

잔혹 범죄 잇따르지만 28년 넘게 사형 집행 중단
사형제 존폐·절대적 종신형 도입 함께 논의해야

 

검찰이 잔혹 범죄 피고인들에게 잇달아 사형을 구형하고 있지만 무기징역에 머물고 있다. 28년 넘게 사형 집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사형과 현행 무기징역 사이의 간극을 메울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모텔 약물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김소영과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고인 장윤기에게 각각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약물이 든 음료를 먹여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소영에게도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결과가 중대하고 유족이 극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잔혹 범죄 사건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2023년 발생한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의 최윤종과 ‘또래 여성 살인’ 사건의 정유정,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조선에게 검찰은 모두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확정된 사례는 2016년 2월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임모 병장으로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30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사형제가 법률상 폐지된 것은 아니다.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형확정자는 53명이다.

 

법원이 사형 선고에 신중한 이유는 형벌의 불가역성에 있다. 형이 집행된 뒤 오판이 밝혀져도 피해를 되돌릴 수 없는 데다 실제 집행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문제는 현행 무기징역도 흉악범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형벌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법 제72조에 따라 무기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2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난해 가석방이 허가된 성인 수형자는 1만2215명으로 2024년보다 11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무기수형자도 9명 포함됐다.

 

실제 가석방 여부는 복역 태도와 교정 성적, 재범 위험성 등을 심사해 결정되지만 피해자 유족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언젠가 출소할 수 있다는 불안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형은 선고와 집행 모두 극도로 제한돼 있고 무기징역은 가석방 가능성이 남아 있는 현재의 형벌 체계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다.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결정하고,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은 수형자는 사망할 때까지 수용하는 방식이다. 흔히 ‘절대적 종신형’으로 불린다.

 

법원도 판결을 통해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에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제가 실효성을 잃은 현실을 고려하면 형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형제를 유지한 채 형벌을 하나 더 추가하기보다는 사형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였다.

 

법무부는 같은 해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형과 허용되지 않는 형으로 구분하고, 법원이 선고 단계에서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결정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려면 영구 격리의 필요성뿐 아니라 수형자의 교정 가능성과 기본권 문제도 함께 따져야 한다.

 

출소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형벌은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장기 수용에 따른 수형자의 절망감과 교정시설 내 규율 저하, 고령 수형자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현실적인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려면 사형제 존폐 문제와 선고 기준, 장기 수형자 관리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행되지 않는 사형을 유지한 채 새로운 형벌을 추가할 것인지,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할 것인지부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병선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오산대 겸임교수)은 “국민의 안전과 피해자 유족의 불안을 고려하면 중대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형벌은 필요하다”면서도 "가석방 가능성을 일률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범행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교정 가능성을 엄격하게 심리해 예외적으로 선고하고 무기 수형자를 관리할 교정·의료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