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에게 승진은 단순히 직급이 하나 오르는 일이 아니다.
수용자를 관리하며 폭행과 질병,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되지만 위험근무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직무 중 숨져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고,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문턱도 높다.
이러한 처우 속에서 낮은 보수를 보완하고 경력을 이어갈 유일한 수단은 승진이다.
그러나 교정공무원에게 승진의 문은 좁다. 2025년 기준 전체 교정공무원 1만5534명 가운데 8·9급은 1만1643명으로 74.9%를 차지하지만, 5급 이상은 498명으로 3.2%에 불과하다.
앞서 <더시사법률>은 교정직 7급 이하 근속승진에서 소속 기관의 규모와 지방교정청 통합명부가 승진 시기를 좌우하는 구조와 교정공무원의 승진 적체 문제를 연속 보도했다.
근속기간을 채우고 비슷한 근무성적을 받아도 어느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근무하는지에 따라 승진 시기도 달라졌다.
관리직인 5급으로 올라가는 단계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각종 평가를 합산해 종합서열을 정하고도 당사자가 확인하거나 반박하기 어려운 ‘세평’과 인품 평가가 최종 결과를 뒤집고 있었다.
2024년도 교정직 5급 심사승진에서 탈락한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공무원들이 잇달아 법무부를 상대로 승진제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심사 과정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300명 가운데 60명 선발…순위 뒤집은 심사위원회
2024년도 교정직 5급 심사승진 예정 인원은 60명이었다. 법무부는 승진후보자명부 선순위자를 기준으로 예정 인원의 5배수인 300명을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승진후보자명부 성적 60%와 개인성과평가(BSC) 10%, 교정실무평가 30%를 합산해 300명의 종합서열을 작성했다.
승진후보자명부에는 근무성적과 경력평정, 가점 등이 반영되므로 후보자가 쌓아온 경력과 업무성과, 교정 실무능력을 수치화해 순위를 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종합서열이 그대로 승진 순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 보통승진심사위원회는 종합서열과 함께 근무연수와 보직 경로, 전문성, 업무실적, 직무수행 능력, 청렴성, 징계·범죄경력, 인품과 조직 기여도 등을 살펴 최종 승진자를 결정한다.
문제는 수치화된 평가와 종합서열을 뒤집는 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당사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품 평가의 기준과 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면 조직 내부의 평판이나 평가자의 주관이 객관적인 점수보다 앞설 수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세평이 심사자료로 사용돼도 당사자는 그 내용을 알거나 반박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실제로 2024년도 승진심사에서는 종합서열 15위에 오른 교정공무원이 최종 승진자 60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교정공무원 A씨는 2007년 교위로 임용돼 2015년 교감으로 승진했다.
이후 5급 승진대상자로 2024년도 심사승진에서 받은 종합서열은 전체 대상자 300명 가운데 15위였다. 승진 예정 인원이 6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평가 점수만으로는 승진권에 충분히 들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A씨를 최종 명단에서 제외하고 종합서열이 더 낮은 차순위자를 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A씨를 명단 밖으로 밀어낸 것은 감찰 부서가 수집한 세평이었다.
세평에는 A씨가 5급 교정실무평가를 준비하면서 담당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않았고 유연근무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러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동료 여직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포함됐다.
그러나 A씨는 승진심사를 받기 전 자신에게 불리한 세평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누가 어떤 경로로 전달한 이야기인지, 진술자가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는지, 감찰 부서가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A씨는 성희롱성 발언이나 유연근무 부정 사용을 이유로 징계 또는 주의·경고를 받은 적도 없었다.
징계 없는 15위는 탈락…경고받은 차순위자는 승진
A씨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뒤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무부에 A씨를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사유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법무부는 해당 문서를 내지 않았다. 다른 관련 사건의 판결이 선고된 뒤에야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세평의 내용이 공개됐다.
서류 공개 이후 심사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A씨를 대신해 승진한 차순위자에게는 채용 업무 부주의와 관련한 주의·경고 이력이 있었지만 심사위원회는 승진을 제한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007년 임용 이후 징계를 받지 않은 A씨는 감찰 부서가 수집한 세평 때문에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에게는 법무부 장관급 표창과 기관장 표창 등 긍정적인 인사자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력이 인품과 조직 기여도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심사 결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 처분으로 남지 않은 부정적인 세평은 탈락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A씨에 대한 승진제외처분을 취소했고, 법무부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도 지난달 26일 1심 판단을 유지했다.
7급 이하는 ‘기관 운’…5급은 ‘보이지 않는 평가’
교정직 승진의 벽은 직급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7급 이하 근속승진에서는 개별 교도소와 구치소의 근무성적이 지방교정청 단위 명부로 통합되면서 소속 기관의 규모와 승진 대상자 분포에 따라 순위와 승진 시기가 달라졌다.
5급 심사승진에서는 각종 평가로 종합서열을 정하고도 공개되지 않은 세평과 인품 평가가 최종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하위직에게는 어느 기관에서 근무하는지가 승진의 벽이었다면, 관리직 진입 단계에서는 무엇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지 알 수 없는 평가가 또 다른 벽이 되고 있었다.
인품과 청렴성을 승진심사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다만 객관적인 점수와 순위를 뒤집으려면 세평의 수집 기준과 사실관계 확인 절차가 분명해야 하며, 당사자에게도 불리한 내용의 취지를 알리고 소명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공식 조사나 처분을 거치지 않은 진술도 승진심사 자료로 사용되면 징계에 버금가는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도 사전 통지나 소명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사기록에도 남지 않은 세평이 공식적인 징계나 경고보다 무거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정공무원들이 위험과 책임을 감수하면서도 조직에 남아 경력을 이어갈 동력은 승진에서 나온다. 그러나 탈락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심사가 반복된다면 교정공무원의 사기는 떨어지고 조직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