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찰대상 인식표 변호사에게 보낸 수용자…법원 “금치 9일 과중”

무단 소지·발송은 징벌사유 인정
권리구제 목적 고려해 처분 취소

 

 

교도소가 수용자의 일일중점관찰대상자 지정 사실이 담긴 인식표를 허가 없이 소지해 변호사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금치 9일의 징벌을 내렸지만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행정부(재판장 임현준)는 정읍교도소 수용자 A씨가 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금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

 

A씨는 지난 1월 24일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일일중점관찰대상자로 지정됐다.

 

당시 수용동 청소 작업을 하던 다른 수용자 B씨는 A씨가 생활하던 거실 밖에 부착된 인식표를 발견해 A씨의 요구에 따라 전달했다. A씨는 이를 소지하다 사흘 뒤 자신의 변호사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교정당국은 해당 행위가 형집행법 시행규칙상 징벌사유인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주고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벌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치 9일을 부과했다.

 

A씨는 징벌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야 출석통지서를 받아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용자에게 자신의 일일중점관찰대상자 지정 사실이 노출돼 권리구제를 위해 인식표를 변호사에게 보낸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징벌 절차와 사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금치 9일은 A씨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벌위원회가 회의 하루 전날 징계대상자에게 출석통지서를 교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원고의 요청에 따라 회의 시각이 변경됐고 원고의 변호사가 징벌위원회에 참석해 원고를 위해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인식표를 소지하고 변호사에게 발송한 행위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14조 제15호가 정한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주고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수용자가 인식표를 발견했다는 사정만으로 교도소 측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의 범죄나 비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교도소 측에 잘못이 있었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고가 인식표를 직접 소지하거나 발송해야만 했던 것은 아니다”며 A씨가 주장한 정당행위와 자구행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금치 9일은 관련 시행규칙이 정한 처분기준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그중 가장 무거운 징벌”이라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인식표가 공용 서류이므로 위법성이 더 크다고 주장하지만, 인식표는 그 자체로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위험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지침은 일일중점관찰대상자를 지정·관리할 때 다른 수용자들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특히 유의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다른 수용자가 원고의 거실 밖에서 인식표를 발견한 이상 원고로서는 교도소 측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법률적인 수단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다른 수용자나 일반 외부인이 아닌 변호사에게 인식표를 발송했고, 인식표를 소지한 것은 발송을 위해 부수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미허가 물품 수수를 금지하는 규정이 주로 수용자 사이의 물품 수수를 제한하는 기능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인식표가 공용서류라는 이유로 징벌을 가중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정당국은 조사기간 9일이 모두 징벌기간에 산입돼 A씨가 처분 이후 별도로 금치 집행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처분이 과중한지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내용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실제 집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중점을 둘 것은 아니다”며 금치 9일 처분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