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타워 입고 전 확인 어디까지…대법, 입주민 과실 인정

차량 내부 직접 확인했지만 유죄
“주의의무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기계식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경비원에게 입고 사실까지 알린 입주민에게도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부산의 한 오피스텔 관리소장과 입주민 A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고는 2023년 1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기계식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타고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대리기사는 오후 9시 23분께 기계식주차장 안에 차량을 세운 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그를 뒷좌석에 남겨두고 떠났고 피해자는 그대로 잠들었다.

 

약 5분 뒤 같은 오피스텔 입주민 A씨가 자신의 전기차 충전을 마치고 주차타워 앞으로 이동했다. A씨는 기계식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피해자의 차량 내부를 살펴봤으나 뒷좌석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이후 경비실에 차량 안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차량을 입고하겠다는 취지로 알렸다. 경비원은 현장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허용했고, A씨가 입고 버튼을 누르면서 차량은 피해자를 태운 상태로 약 15층 높이의 주차공간으로 이동했다.

 

약 1시간 뒤 잠에서 깬 피해자는 차량이 주차타워 상층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뒷좌석 문을 열고 내리다 추락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다음 날 숨졌다.

 

재판에서 A씨가 차량 내부를 직접 살펴보고 경비원에게 입고 사실까지 알린 상황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확인했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는 사고를 막기 위해 요구되는 주의의무가 있었는지와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과실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1심은 A씨에게 차량을 입고하기 전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를 충분히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A씨가 차량 내부를 살펴보는 등 확인을 시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정도만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 문을 직접 잡아당기거나 두드려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차량 소유주에게 연락하거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량 상황을 확인하는 방법도 가능했다고 판시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차량 입고를 허용한 경비원과 경비원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관리소장에게는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A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유지했다. 다만 A씨가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경비원에게 입고 사실을 알리는 등 “나름대로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 발생 과정에서 피해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A씨의 벌금은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졌고, 관리소장에게는 금고형의 집행유예 대신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경비원은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관리소장과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에서는 사고 발생에 피해자 측의 부주의가 일부 작용했더라도 곧바로 피고인의 형사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의 과실은 사고 발생 경위와 정도에 따라 책임 성립 여부와 양형 단계에서 각각 다르게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식주차장처럼 여러 사람이 사고 발생 과정에 관여한 경우 관리주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장치를 조작한 사람의 책임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며 “각자가 어떤 역할을 했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