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소영(20)이 범행 전후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피해자의 상태와 약물 검출 가능성을 반복해서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김씨가 범행 전후 챗GPT와 나눈 대화가 증거로 제시됐다. 대화 내용은 김씨가 약물의 위험성과 피해자의 상태를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김씨가 약물에 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 교제하던 A씨(22)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였다.
김씨는 A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다음 날 오전 5시15분부터 오후 1시4분까지 약 8시간 동안 챗GPT에 약물검사와 성분 검출 가능성을 물었다.
김씨는 “약물검사를 하면 수면제나 항우울제도 모두 나오느냐”,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마셨다고 했으면 알코올 검사로 확인되느냐”, “소변에서 약물이 검출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실제 A씨의 혈액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A씨가 이후 “수면제 성분이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씨는 이 내용도 챗GPT에 입력했다.
김씨는 자신이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있으며 절도와 사기로 신고당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한 뒤 “A씨가 나와 함께 있었으니 내가 먹였다고 생각할까 봐 무섭다. 경찰에 가서 당당하게 말하면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씨의 질문은 약물 검출 여부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의 사망 가능성과 응급조치 방법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또 다른 피해자 B씨(34)와 술을 마시기 전날인 지난 1월9일 챗GPT에 “아는 오빠와 술을 마시다가 그 사람이 쓰러지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119를 불러야 하느냐, 바닥에 두고 가거나 모텔에서 재우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당시 B씨는 김씨의 요구에 따라 다음 날 함께 갈 숙박업소까지 예약해 둔 상태였다.
챗GPT는 “119에 신고해야 한다”며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바닥에 두거나 모텔에 혼자 재워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질식이나 호흡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신고할 경우 자신이 의심받을 것 같다며 모텔이나 바닥에 B씨를 두고 가는 방안을 계속 물었다.
김씨는 다음 날인 1월10일 실제로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먹였다. B씨가 의식을 잃자 김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32분쯤 혼자 숙박업소 객실을 나온 뒤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먼저 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챗GPT에는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은 B씨가 코를 골면서 음료를 흘리고 있으며 모텔 객실에 혼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가 다시 즉시 119에 신고하라고 하자 김씨는 “10시간 뒤면 깨지 않겠느냐”, “대부분 10시간이나 12시간 안에는 일어나던데”라고 되물었다.
챗GPT는 일반적인 사례를 현재 상황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119나 숙박업소 직원에게 즉시 연락하라고 재차 권고했다.
김씨는 그 뒤에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숙박업소를 통해 B씨의 상태를 확인하는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B씨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에는 김씨가 객실을 떠난 지 약 30시간이 지난 1월12일 오전 5시40분쯤 B씨가 처음으로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재판부는 김씨가 생존 피해자들의 이상 증세를 직접 목격하고 챗GPT를 통해 약물 복용에 따른 사망 위험까지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같은 방식의 범행을 반복한 점 등을 근거로 남성 2명이 숨진 범행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챗GPT에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와 당시 먹었던 음식과 술, 피해자들의 행동은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반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실은 세세하게 기억하면서 챗GPT 채팅 내용만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와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