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평(矯正時評) | ⑪ 교정교화, 인성교육을 넘어 재사회화로

개인의 변화 넘어 출소 후 환경까지 바꿔야
관계회복과 직업재활이 재사회화의 두 축
인성교육만으로 안정적인 사회복귀 어려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주요 과제로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사회복귀 지원’을 제시했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나 사건 처리 지연 해소와 함께 교정과 사회복귀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 사회심리학의 선구자인 쿠르트 레빈(Kurt Lewin)은 인간의 행동을 ‘B=f(P, E)’라는 방정식으로 설명했다.

 

행동(B)은 개인(P)과 환경(E)의 함수로, 인간의 행동이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만이 아니라 관계와 생활조건 등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뜻이다.

 

이 관점은 교정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교정교화가 준법정신과 자기성찰, 분노조절, 가치관 형성 등 수형자 개인의 변화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출소자가 돌아가 살아갈 환경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시설 안에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더라도 가족관계가 단절되고 일자리와 주거가 없으며 중독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그 결심은 담장 밖 현실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교정교화를 인성교육에서 재사회화로 확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사회화는 단순히 수형자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으며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과 환경을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두 축이 관계회복과 직업재활이다.

 

관계회복은 가족상담과 부모 역할 교육, 갈등조정, 자조모임, 지역사회 회복공동체 연계를 통해 출소자가 다시 사람과 연결되도록 돕는 일이다.

 

직업재활은 직업훈련과 자격취득, 교도작업, 숙련, 취업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해 교정시설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사회적 자립의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관계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준다면 일은 변화된 삶을 이어갈 힘이 된다.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범죄 경력에 따른 낙인과 차별이다.

 

형사책임을 다한 뒤에도 ‘범죄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외면받고 취업 기회마저 얻지 못한다면 출소자는 다시 고립과 빈곤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변화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재범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출소자가 다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보장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재범을 줄이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교정시설과 지역사회를 잇는 역할을 맡는다.

 

공단이 제공하는 숙식·주거 지원, 가족지원, 심리상담, 직업훈련, 취업·창업 지원과 사후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시설 안에서 시작된 변화가 출소 후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석방 심사에도 재사회화의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 형집행률과 수용생활 태도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일자리, 주거, 치료 계획 등 사회복귀 여건이 얼마나 마련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가석방의 판단 기준을 ‘시설 안에서의 모범성’에서 ‘사회 안에서의 자립 가능성’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 재범이라면 가석방 인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보다 출소자가 안전하게 복귀할 조건을 갖추는 일이 먼저다.

 

교정의 성과도 교육 이수 횟수나 자격증 취득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출소 후 가족관계가 회복됐는지, 취업과 주거가 유지되는지, 치료가 중단되지 않는지,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마련됐는지를 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출소를 앞둔 수형자에게 남는 질문은 두 가지다. 자신을 받아주고 지지할 사람이 있는가, 생계를 이어가며 다시 설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가. 전자는 관계회복, 후자는 직업재활의 문제다.

 

레빈의 행동방정식이 말하듯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면 그가 살아갈 환경도 달라져야 한다. 교정교화와 사회복귀의 성패는 이 두 질문에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책임 있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