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준비해야 가석방 빨라진다?”…법무부 내부 심사기준 살펴보니

교정시설이 내부 기준 따라 대상자 선별
형집행률·범죄 유형·재범 위험성 등 심사

 

형사사건 수임시장이 포화되면서 수형자의 조기 출소를 바라는 가족을 상대로 가석방 안내서를 판매하거나 유료 상담과 자료 작성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9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변호사가 운영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가석방 상담 신청 게시판이 개설됐다.

 

해당 카페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출판사는 별도의 ‘가석방 준비 안내서’도 판매하고 있다.

 

책 표지에는 “가족의 준비가 수형자의 빠른 가석방과 출소 이후를 바꿉니다”,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일부 법무법인도 가석방 심사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작성해준다며 수형자 가족에게 30만∼5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재판이 끝나면 변호인의 역할도 사실상 종료되지만 치열해진 수임 경쟁 속에서 가석방 상담과 자료 작성이 별도의 법률서비스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가석방은 수형자나 가족이 외부에서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교정시설이 형집행률과 범죄 유형, 수용생활 성적, 재범 위험성, 피해 회복 여부, 출소 후 보호관계 등을 토대로 예비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법무부에 상신하면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실제로 법무부가 범죄 유형별 형집행률 등 심사기준을 정하면 각 교정시설이 이에 해당하는 수형자를 선별해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예컨대 일반사범 가운데 형기의 70% 이상을 집행한 수형자를 상신하도록 기준이 내려오면 교정시설은 해당 기준을 충족한 수형자를 추려 법무부에 올린다. 법무부는 다시 범죄 유형과 재범 위험성, 피해 회복 여부 등 별도의 심사기준을 적용해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가석방 업무를 담당했던 한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은 형집행률과 재범 위험성,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 내부 심사기준을 충족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가족이나 변호사가 임의로 작성해 제출한 자료는 심사에서 제외하거나 접수되더라도 사실상 참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시사법률>이 입수한 과거 법무부 가석방 예비심사 기준에서도 대상자를 선별하는 주요 요소는 범죄 유형과 형집행률, 재범위험성평가(REPI) 등급이었다.

 

당시 무기수는 27년 이상 복역한 경우 예비심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일반사범은 형기의 65% 이상을 집행하고 REPI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했으며, 형집행률이 80% 이상이면 REPI 3등급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제한사범은 형기의 80% 이상, 음주운전·음주사고 사범은 85% 이상을 집행해야 했다. 뇌물범죄로 복역 중인 수형자는 형기의 75% 이상을 집행해야 했고 REPI 등급에 따라 형집행률 기준이 차등 적용됐다.

 

보이스피싱과 스토킹 등 민생침해사범은 형기의 85% 이상을 집행하고 REPI 2등급 이상이어야 했으며 성범죄자에게는 80% 이상의 형집행률이 요구됐다. 또 조직폭력·마약류 범죄와 13세 미만 아동·장애인·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 등은 일반사범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단순 투약으로 처벌받은 마약사범 가운데 범죄 전력이 3회 이하인 수형자는 재활교육을 이수하고 출소 후 전문 치료·재활기관의 치료 조건에 동의하면 일반사범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경제사범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예비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과거 특정 시점에 운용된 가이드라인으로 현재 기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족이나 변호사가 작성한 자료가 아니라 객관적인 형집행 자료와 교정당국의 내부 평가가 가석방 심사의 중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가족의 준비에 따라 가석방 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할 경우 수형자의 성실한 복역보다 가족의 외부 활동이 중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경제적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변호사가 가석방 양형자료 유료 상담등은 계약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 사적 자치의 원칙상 상담 자체를 제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족이 유료 자료를 준비해야 출소 시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홍보한다면 수형자 가족의 불안을 이용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고 변호사 직역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