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수용과 마약·정신질환 수용자 증가 등 급변하는 교정환경에 대응하려면 법무부 교정본부를 독립 외청인 ‘교정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제언이 국회에서 나왔다. 조직을 분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사제도와 예산 구조, 치료·재활 및 사회복귀 체계까지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강득구·채현일 의원 공동 주최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따른 법무조직 개편 방향’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제1부에서는 ‘국민이 안심하는 사회를 향한 교정행정 대전환, 교정청 신설’을 주제로 교정청 신설 필요성과 제도 설계 방안이 논의됐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대신해 개회사를 대독한 차범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교정행정의 역할이 과거보다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차 실장은 “지속되는 과밀수용과 마약사범·정신질환자 등 특별한 처우가 필요한 수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단순한 수용관리를 넘어 전문적인 치료·재활에 이르기까지 교정행정 전반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청 신설은 단순한 조직 분리가 아니다”라며 “교정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 교정 현안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재범을 방지함으로써 국민 안전을 더욱 두텁게 지키기 위한 제도적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성호 의원도 그동안 법무행정이 검찰 사무에 치우쳐 교정 등 민생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법무부는 정원이 3만 40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부처이지만 주로 검사 출신이 장·차관과 주요 보직에 임명되며 법무행정이 검찰 사무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며 “그 결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정과 이민, 범죄예방, 인권 등 민생정책이 오랫동안 관심에서 밀려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 과밀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교정공무원과 수용자의 인권도 악화됐다”며 “중독성 범죄와 정신질환자·고령 수용자가 증가하는데도 수용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수용 위주의 낡은 교정행정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병배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전공 교수는 교정청 신설을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닌 ‘국가의 교정 책임’을 재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형을 집행하고 수용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이 끝난다면 현재의 조직체계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교정에 수용자를 변화시키고, 재범을 줄이고,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역할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출소 이후 국민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그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조직, 전문인력과 예산 역시 함께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교정 현장의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률은 125.8%다. 정원을 초과한 수용자는 1만 3066명에 달한다. 교정·교화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은 전체 교정예산의 0.7%에 그친다. 치료·재활 담당 전문인력도 8.2% 수준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수용자 징벌 건수는 1만 6675건에서 3만 451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교정공무원 폭행은 157건에서 629건으로 약 네 배 증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교정청 신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교정청의 독립만으로 현재 교정행정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교정을 단순한 형 집행기관에서 국민 안전을 위한 전문적인 재범방지기관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교정본부가 외청 승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정청 신설 논의가 과거 네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번에는 조직을 외청으로 승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오늘의 질문은 ‘교정청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왜 네 번의 시도가 실패했고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라며 “교정청이 신설되더라도 교정공무원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남는다면 직급과 보수, 정원은 기존 정부 인사체계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청은 외청 승격과 함께 소방공무원법을 두고 특정직 신분과 국가직 전환, 법정 재원을 마련했다”며 “교정청도 교정업무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인사·보수 체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정공무원법 제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정시설 과밀화는 교정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밀수용으로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담하는 상황을 만든 것 자체를 심각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소 단계에서는 기소유예를, 재판 단계에서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비구금 처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정시설로 들어오는 인원을 줄이는 ‘입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은 교정청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경찰과 검찰,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비구금 처분 확대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