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용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용 후보자는 “비례의원에 대해서만 다른 원칙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비례의원직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리 나눠 먹기로 사고돼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지명이 야당 현역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도 들었다.
용 후보자는 “야당 현역 국회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김대중 정부 DJP 연합 이후 첫 번째 사례로 관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야당 현역 의원을 지명한 연합의 취지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겸직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서는 “민주당 대변인의 공개적인 입장이 게시되면서 짜인 프레임대로 굳어져 버린 것이 아주 아쉽다”고 반박했다.
다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을 동시에 맡는 데 따른 이해충돌이나 의정활동 공백 등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직 수락이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라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용 후보자는 “모두의 성평등을 이뤄달라는 인사권자의 기대에 부응해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욕심이 국민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 믿었다”며 “개인 영달이 중요했다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한 ‘국고보조금 때문에 의원직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주진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의 주장을 ‘마타도어’라고 규정하면서 “차라리 의원직 대신 장관직을 수행하고 큰 정당으로 들어가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이 제안한 ‘위성정당 국고보조금 폐지’에는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위성정당을 만든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끊어야 공정하다”며 양당을 함께 겨냥했다.
기본소득당이 국고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이른바 ‘유령 시도당’을 만들었다는 의혹에는 현행 보조금 산정 구조상 성립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다.
용 후보자는 “시도당을 창당하고 사무실을 둔다고 보조금이 더 나오지 않는다. 각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 비율은 정해져 있다”며 허위 등록이나 정당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액 당비 납부와 세액공제를 둘러싼 의혹에도 직접 해명했다.
용 후보자는 “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데 쓰지 않고 더 좋은 정치활동에 쓰고자 했다”며 “법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근무를 두고 제기된 ‘가족정당’ 비판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배우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자신이 고액 당비를 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서는 “모욕”이라고 표현했다.
용 후보자는 “40세 근로자가 6년 동안 회사에서 258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 발의 실적이 ‘0건’이라는 지적에도 ‘육아엄빠연차휴가보장법’과 ‘육아엄빠불이익방지법’, 생활동반자법, 친밀관계폭력처벌 관련 법안 등을 제시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과거 이른바 ‘언더조직’으로 불린 비공개 정파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참여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해당 조직과 현재의 기본소득당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비공개 정파에 참여했지만 해당 정파는 성차별적·위계적 문화와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2017년 자체 해산했으며, 이후 기본소득당 창당 과정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의혹에 대한 공개 검증을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용 후보자는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됐지만 오늘까지도 청문회 일정조차 정해지지 못했다”며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억측과 악선동에 휩쓸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날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와 예정된 전체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억측과 짜깁기가 국민 앞에 반박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기자회견 직후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자진 사퇴는커녕 끝까지 버티겠다는 오만한 ‘완주 선언’을 내놨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도 “법이 허용한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정치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정치적 관례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