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거라 믿었던 사업은 왜 법정까지 가게 됐을까

투자 당시 편취 의도가 있었는지가 쟁점

자금 사용과 투자 과정도 주요 쟁점
객관적 자료와 당시 정황이 판단 기준

 

사업을 하다 보면 처음 세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사가 예상보다 늦어지기도 하고, 예정했던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다 보면 수익은커녕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문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넣을 당시 들었던 설명과 지금 눈앞에 놓인 결과가 너무 다르다 보니 “애초부터 안 될 사업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민사 문제로 시작했던 다툼이 어느 순간 사기 고소로 바뀌는 사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맡았던 사건도 비슷했다.

 

의뢰인은 발전소 인근 부지에 숙소와 식당,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투자자를 만나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사업이 완성되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이 날 것인지 설명했고 그렇게 약 9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사업은 설명했던 일정대로 가지 않았다. 공사가 늦어졌고 자금 사정도 나빠졌다. 당초 예상했던 시점에 시설을 완성하지 못하면서 투자자에게도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고소가 들어왔다.

 

의뢰인의 기록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간단한 사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투자금이 9억원이나 됐고, 투자 당시 했던 설명과 실제 사업 진행 상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받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언제쯤 준공할 수 있는지를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해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고 금액 때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까지 적용돼 있었다.

 

그런데 기록을 계속 보다 보니 한 가지가 걸렸다. 지금 와서 보면 사업이 잘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투자금을 받을 당시부터 이 사람이 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투자자에게 이야기하는 내용 가운데는 미래에 관한 것이 많다.

 

몇 달 뒤 준공할 수 있다거나, 어느 정도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거나, 추가 자금이 들어오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들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공사가 늦어지거나 자금 조달이 무산되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중에 일이 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몇 달 전의 말을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보는 것은 어딘가 맞지 않았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미 공사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곧 준공된다고 말하거나, 실제로는 확보하지 못한 자금을 이미 마련한 것처럼 이야기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사업에 쓰겠다며 받은 투자금을 처음부터 개인 채무를 갚거나 전혀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그 역시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결과보다 그 이전의 과정을 계속 들여다봤다.

 

실제 공사가 있었는지, 돈이 들어온 뒤 어디로 나갔는지, 당시 사업자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투자자에게 설명했는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투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실제 공사비와 사업 운영비로 사용돼 있었고, 사업 자체도 서류상으로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무 사업도 할 생각 없이 투자금을 받아 다른 곳에 빼돌린 사건과는 모습이 달랐다.

 

투자자가 돈을 지급한 과정도 사업자의 말만 믿고 9억원을 한 번에 건넨 것이 아니라 사업 진행 상황이나 준공 가능성, 향후 수익 구조를 나름대로 확인한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거짓말에 속아 아무런 확인도 하지 못한 채 돈을 건넨 사건이라기보다, 양쪽 모두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가 결과적으로 사업이 틀어진 쪽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의뢰인이 투자 당시부터 9억원을 가로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고, 특정한 거짓말 때문에 투자자가 돈을 지급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이 남았다. 수사기관도 그렇고 변호인도 그렇고 결국 그 사람이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다.

 

“나는 정말 사업을 해보려고 했다”는 말만 믿을 수도 없고, 반대로 “사업이 실패했으니 처음부터 사기였다”고 정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결국 사람의 속마음을 찾는 일이 아니라 그때 남아 있는 흔적을 보는 일이 되는 것 같다.

 

투자금을 받을 당시 실제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있었는지, 사업자는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었는지, 투자자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설명을 했는지, 돈을 받은 뒤 어디에 사용했는지 같은 것들이다.

 

사업 실패와 투자사기의 경계는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그 둘을 가르는 것은 실패라는 결과가 아니라, 돈을 받을 당시 상대방을 속여 그 돈을 가져가려는 마음이 있었는지 여부다. 사건 기록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질문도 늘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