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협박 없어도 업무상위력간음죄가 성립할까

 

Q1.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 교제한 경우,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위력간음죄가 성립할 수 있나요?

 

단순한 직장 내 연애와 형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지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하관계 자체만으로 위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1. 직장 내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위력간음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실제 작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드시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물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직장 내 권한도 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급자라는 지위가 있다는 사실과 그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약했다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행위자의 직위와 실제 권한, 두 사람의 종속관계 정도, 교제 이전과 이후의 관계,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상대방이 거절하거나 다른 의견을 밝힐 수 있었는지,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따라서 외형상 연인 관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력 행사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상사와 부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성적 관계가 위력에 의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명확한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사건 이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자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직장 내 지위 차이가 큰 경우에는 상대방이 고용관계 유지나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못했을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업무상위력간음죄 성립 여부는 ‘연애를 했는가’ 또는 ‘상하관계였는가’라는 한 가지 사정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직장 내 권한 구조, 성적 행위 전후의 구체적 상황을 모두 종합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