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경북북부제1교도소장 김안식 교수 “40년 교정 현장에서 찾은 개혁의 길”

교정청 독립·구치소 기능 분리 강조
“교정행정은 교정 전문가에게 맡겨야”
진정한 교정·교화 핵심은 마음의 변화

 

김안식 백석대학교 범죄교정학과 교수에게 교정은 ‘삶의 분신’과 같다.

 

1987년 교정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김 교수는 교정공무원 재직 중 공무원 유학시험에 합격해 미국에서 교정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경기대학교에서 교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법무부 교정본부 보안과장과 서울남부교도소장, 경북북부제1교도소장, 안양교도소장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에는 백석대학교 범죄교정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교정이 시설과 처우 등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교정 선진국’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후 교정시설과 수용자별 처우 프로그램의 한계, 교정공무원의 낮은 사기와 승진 적체 등을 과제로 꼽으며 교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정청 독립과 구치소·교도소의 기능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교정 현장과 교육에 40년 가까이 몸담으셨습니다. 교수님에게 ‘교정’은 어떤 의미입니까.

 

A. 교정 현장에서 30년을 근무했고 대학에서 10년간 후학들에게 교정을 가르치고 있으니, 40년 동안 교정이라는 한 분야에서 일해온 셈입니다. 교정은 제 삶에서 '분신'과 같이 중요한 의미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정직에 입문할 때는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 뭔가 기여하겠다는 목표와 의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제가 교정을 위해 일한 것보다 교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교정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교정공무원에서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A. 처음부터 교정공무원이나 교수를 목표로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진로를 바꿔 교정직에 입문했습니다.

 

7급 교정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외국어 능력을 갖추면 공무원 유학시험을 통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교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공무원 유학시험에 합격한 뒤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교정학을 공부했고, 1997년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했습니다. 이후 경기대학교에 교정학 박사과정이 개설되면서 학업을 이어가 2010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장에서는 교정시설장으로 근무했고, 퇴직을 앞둔 시기에 백석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접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교정 현장 경험과 학업 과정이 대학에서 요구한 지원 요건과 맞아 교수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현장 경험과 학문적 탐구가 대학 강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Q. ‘범죄교정학과’는 다소 생소한데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기르는 학과입니까.

 

A. 교육과정은 법률, 교정 현장, 상담·심리 등 세 분야로 구성됩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을 비롯해 교정학과 수용자 처우를 배우고, 수용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상담·심리 교육도 받습니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원인을 이해하고 적절한 형 집행과 교정·교화를 통해 재범을 줄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학과의 교육 목표입니다.

 

Q. 지난 80년의 한국 교정을 어떻게 평가하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교정을 시설과 수용자, 직원이라는 세 측면으로 나눠 보면 모두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시설 측면에서는 노후화된 교정시설이 많습니다. 교도소나 구치소를 새로 건립하려고 해도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용자 처우 분야에서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분류심사를 거쳐 개별 처우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를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특성화 시설과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직원 측면에서는 교정공무원의 사기를 높여야 합니다. 근무체계와 처우가 과거보다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교정공무원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은 아직 미흡합니다.

 

시설을 개선하고 수용자별 처우를 전문화하는 동시에 교정공무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정행정의 주체인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진정한 교정·교화’란 무엇입니까.

 

A. 진정한 교정·교화의 핵심은 ‘마음의 변화’입니다. 엄정한 형 집행과 다양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수용자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정행정이 어려운 이유는 형벌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일과 수용자의 변화를 돕는 교정·교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서는 정해진 규칙과 일과를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벌을 받습니다.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법과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 자체가 엄정한 형 집행입니다. 동시에 교육과 교도작업, 직업훈련 등을 통해 출소 이후를 준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에 가족과의 관계 회복도 중요합니다. 범죄와 수용 과정에서 배우자나 자녀, 친지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만남의 집이나 가족접견 등을 통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Q. 현재 대한민국 교정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A. 한마디로 표현하면 ‘교정 선진국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교정 선진국은 아니다’라고 봅니다. 시설과 프로그램, 접견 방식 등 과거보다 발전한 부분은 분명히 많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구조에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치소와 교도소의 분리입니다. 미결수용자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재판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강과 심리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교도소에서는 형 집행과 함께 작업·교육·직업훈련 등 교정·교화가 중심이 됩니다.

 

앞으로는 구치소와 교도소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고 수용자 개개인에게 맞는 처우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교정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도 확보해야 합니다.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교정시설 신·증축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교정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지속해서 알리고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과 장기간 소통해야 합니다.

 

Q. 교정청 신설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권한이 함께 달라져야 합니까.

 

A.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와 예산을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정청 독립은 조직의 명칭이나 지위를 바꾸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필요한 전문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채용하고 양성할 것인지, 수용자의 사회복귀와 재범 감소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등을 교정 전문가들이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정의 최종 목표는 형의 집행을 넘어 수용자가 사회에 복귀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려면 인사와 예산, 정책 수립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교정청이 독립된다면 교육체계도 함께 전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교정공무원이 범죄자의 특성과 수용자 처우, 현장 대응을 충분히 배우고 교도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Q. 일선에서는 현행 교정공무원 인사·승진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히 개선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A.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과 연결하는 이른바 ‘허리 계급’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교정조직은 사무관 이상 직위가 적어 승진 기회가 제한돼 있고, 직원들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전문성도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9급부터 6급까지는 주로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합니다. 사무관 정도가 돼야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고 조직 운영에 참여할 수 있지만, 올라갈 수 있는 직위 자체가 적습니다.

 

교정청 독립과 함께 사무관 이상 직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승진 자리를 늘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 직원의 경험과 전문성이 정책 수립과 조직 운영으로 이어지도록 인사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Q.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정공무원과 앞으로 교정 분야에 들어올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정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만큼은 스트레스를 충분히 해소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번을 활용해 취미와 여가생활을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취미생활과 함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고 노후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교정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영어를 공부했고, 그것이 유학과 이후의 학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번에는 여행도 많이 다녔으면 합니다. 교정공무원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습니다.

 

‘왜 내가 이곳에서 근무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지역을 직접 경험하고 즐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교정공무원이 교도소라는 공간 안에 자기 자신까지 가두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자기계발을 하고 시야를 넓혀야 수용자를 대할 때도 여유가 생깁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고 교도관으로서 자부심을 키웠으면 합니다.

 

앞으로 교정 분야에 들어올 학생들에게는 범죄와 교정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도관은 범죄와 범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만큼 교정과 범죄를 공부하기에 좋은 현장에 있습니다.

 

범죄교정학과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 경험으로 이어가고,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에서도 공부를 계속해 교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후배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