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수용자가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해 화장품을 자비로 구매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교도소가 이를 허가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창훈)는 수용자 A씨가 순천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물품자비 구매신청 불허가결정 취소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2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순천교도소장이 2025년 9월 4일 한 물품 자비구매 신청 불허가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대전교도소에 입소한 뒤 포항교도소와 전주교도소, 해남교도소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순천교도소로 이감됐다.
이후 같은해 9월 순천시 소재 병원에서 피부질환 진료를 받은 뒤 처방된 의약품이 피부에 잘 맞지 않는다며 비오템 샤워젤과 바디미스트, 건성크림, 젤, 댕기머리 샴푸와 린스 등을 자비로 구매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청했다.
순천교도소는 해당 물품이 의약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접촉성 피부염과 지루성 피부염 등 피부질환의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해 해당 제품이 필요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형집행법은 수용자가 소장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비용으로 음식물이나 의류, 침구 등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규칙에는 의약품과 의료용품뿐 아니라 ‘그 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품’도 자비구매 대상에 포함돼 있다.
교정당국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약품만으로도 A씨의 피부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신청한 물품이 의약품이나 의료용품은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부염 등 질환의 악화를 방지하거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물품을 신청했다”며 “일상생활용품인 해당 물품이 수용자의 교화나 건전한 사회복귀를 저해하거나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소견에도 A씨의 피부질환 치료 또는 증상 완화를 위해 의약품 외에 화장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며 “해당 물품이 의약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수용생활에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수용자와의 형평성이나 교정시설 질서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교도소 측 주장에 대해서도 “막연한 우려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이를 이유로 A씨의 건강권 등을 제한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에서는 A씨가 실제로 자비구매 신청을 했는지도 다퉈졌다.
교정당국은 A씨가 의료과 직원에게 자비구매 방법을 문의했을 뿐 정식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직원이 구매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만으로는 행정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도소 측이 1심에서 A씨가 2025년 9월 4일 특정 물품과 화장품의 자비구매를 신청했고 이를 불허했다고 답변한 점 등을 들어 실제 신청과 거부처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의무관에게 물품 사용 여부를 문의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A씨와 교도소 측 모두 해당 답변을 거부처분으로 인식해 소송을 진행했다”며 “이를 처분으로 보아 다투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비구매 허가 여부는 교도소장의 재량에 속하고, 수용자가 신청한 특정 브랜드 제품을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A씨가 피부과 진료에서 타제품 알레르기로 비오템 제품 사용을 권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불허 처분이 합리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