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평(矯正時評) | ⑬ 교정에도 전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교도관의 경험을 조직의 지식으로
현장 데이터 연구·평가 체계 필요

 

교정현장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이 많다. “저 수용자는 오늘 평소와 다르다”, “저러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도 그중 하나다.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중요하다. 평소 말이 없던 수용자가 갑자기 식사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면 자살을 준비하는 신호일 수 있다.

 

경험 많은 교도관은 수용자의 표정과 말투, 걸음걸이만 보고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다. 나 역시 오랜 교정생활 동안 선배들에게 그런 감각을 배웠고, 사고를 겪은 뒤에야 깨달은 것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언제까지 교정공무원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만 기대야 할까.

 

한 직원이 20년 동안 쌓은 경험이 그 직원의 퇴직과 함께 사라지고, 다른 직원은 비슷한 사고를 겪은 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현장의 경험을 모으고 분석해 교정조직의 지식으로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2026~2030)」에서 교정의 방향을 수용관리에서 치료와 재활을 통한 회복과 예방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교정사고를 예측하고 수용자를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반가운 변화지만 컴퓨터에 자료를 넣고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교정이 과학화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무엇을 살펴볼 것인지, 그 결과를 믿어도 되는지,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됐는지를 따져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교정시설에서는 여러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분노조절 교육과 마약 중독 치료,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직업훈련도 이뤄진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여 인원과 이수 시간은 남지만 그 교육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쉽게 알기 어렵다.

 

분노조절 교육을 받은 수용자의 폭력과 징벌이 줄었는지, 마약 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이 출소한 뒤에도 치료를 이어갔는지,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취업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지 않았는지까지 살펴봐야 비로소 효과를 말할 수 있다.

 

가석방도 수용생활을 성실히 했다는 기록만으로 출소 후의 삶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

 

가족이 받아줄 수 있는지, 일자리와 주거는 마련됐는지, 정신질환이나 중독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재범 위험은 달라진다.

 

이런 일을 맡을 곳으로 가칭 ‘교정과학연구평가원’을 제안하고 싶다.

 

거창한 연구기관을 하나 더 세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교정시설 곳곳에 흩어진 자료를 모아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어떤 처우가 효과를 냈는지, 출소자가 왜 다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꾸준히 살펴보자는 것이다.

 

경찰에는 치안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고 소방에도 재난과 현장 대응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

 

그런데 교정은 수만 명의 수용자를 관리하고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면서도 교정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평가하는 조직이 없다.

 

교정과학연구평가원은 책상 위에서 보고서만 만드는 곳이어서는 곤란하다.

 

교도관이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다시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시험해 보는 곳이어야 한다. 교정공무원과 범죄학자뿐 아니라 심리·중독·사회복지·통계 전문가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들어오면 이런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과거에 징벌을 여러 번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수용자를 계속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면 그 사람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잘못된 분석 결과가 분류처우와 가석방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교도관의 판단을 돕는 도구이지 수용자의 앞날을 정하는 심판자가 아니다. 기계가 내놓은 결과를 누가 확인하고, 잘못됐을 때 누가 바로잡을 것인지도 처음부터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정은 수용자를 담장 안에 두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수용생활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출소 뒤 왜 다시 범죄를 저질렀는지까지 돌아봐야 다음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교정과학연구평가원은 새로운 간판을 하나 더 달자는 제안이 아니다. 교도관들이 수십 년 동안 몸으로 익힌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남기고, 우리가 해온 일이 실제로 수용자를 변화시켰는지 솔직하게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경험에만 기대던 교정에서 경험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교정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 교정청이 출범한다면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교정과학연구평가원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