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소년수들의 삶을 다시 세우는 교도관들

검정고시 6회 연속 전원 합격…누적 총 152명 배출
학업 수준 따라 개별 지원…“변화 가능성 함께 봐야”
“잘못에 책임져야 하지만 미래까지 포기해선 안 돼”

 

“어차피 망했어요”, “저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소년수형자들을 가르치는 이제희 교위가 학생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이 교위는 “교육을 통해 작은 성취를 경험하고 ‘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돕는 것이 소년수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가진 이 교위는 2023년 말 공모를 통해 만델라소년학교에 합류했다. 교과목 대신 인성·교양교육과 상담,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만델라소년학교는 2024년 제1회 검정고시부터 올해 제2회 시험까지 6회 연속 응시생 전원 합격을 기록했다.

 

누적 합격자는 152명이다. 이 교위는 높은 합격률의 배경으로 교도관과 학생 사이의 신뢰를 꼽으면서도 “합격률보다 공부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시사법률은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이 교위를 만나 소년수 교육의 현실과 만델라소년학교가 지향하는 교정·교화의 의미를 들었다.

 

 

다음은 이 교위와의 일문일답.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전문상담교사 자격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현재 인성·교양교육과 상담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의 정서적 적응과 생활지도 전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선발되나.

 

“전국 교도관 가운데 교원 자격을 가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해 선발하는데 현재 검정고시 교과목과 상담·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교도관들이 한 팀을 이뤄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도소라는 시설의 특성상 교육 전문성뿐 아니라 교도관으로서의 직무 역량도 필요합니다. 교과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학생을 현재의 범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경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학업을 이어오다가 수용된 학생이 있는 반면 장기간 학업에서 벗어나 있었거나 학교생활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상당한 고학력 사회임에도 한쪽에서는 이러한 교육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 “수준별 지도와 집중케어반으로 학업 공백 지원”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다른 만큼 교육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같은 내용을 설명해도 학생마다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반복적인 설명과 개별 지도가 필요합니다. 검정고시가 다가오면 기초학업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중케어반’을 운영하고 야간 자율학습과 개별 지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집중케어반을 운영한 이후에는 검정고시 100% 합격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중국 국적 학생도 있습니다. 일부 선생님은 AI를 활용해 교육자료를 중국어로 번역하며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계속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교육이 학생들의 태도를 바꾼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

 

“학교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엄연히 교정시설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합니다. 학업뿐 아니라 교육장과 수용동에서 규율을 지키는 의미와 책임도 반복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 때문에 교도관을 경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공부하고 선생님들과 유대를 쌓으면서 표정과 눈빛이 점차 달라집니다. 어느 순간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이 학생이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갑고 놀랍습니다.”

 

―6회 연속 검정고시 응시생 전원 합격을 기록한 배경은 무엇인가.

 

“특별한 비결이라기보다 학생들과 교도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하는 일을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습니다.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런 진심이 학생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기대한다는 생각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다만 숫자로 나타나는 합격률보다 학생들이 공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출소 후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학생이 있나.

 

“교도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출소 이후 학생들의 삶을 계속 지켜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간혹 연락을 전해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입시학원에 들어가 더 나은 미래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듣습니다. 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해 MT를 다녀온 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심리·진로 수업을 들은 뒤 자신도 상담자가 되고 싶어 심리학과 진학을 생각한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꿈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 “잘못에 대한 책임과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년수형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그 피해와 책임의 무게도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아직 성장하고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입니다. 교육은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책임을 생각하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델라소년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이미 ‘범죄자’라는 하나의 모습으로만 바라보며 ‘저는 어차피 안 됩니다’, ‘어차피 망했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과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면서도 작은 성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습니다’, ‘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사회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출소한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돌아보고 마땅히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의 미래까지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번에 인생 전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다른 사람과 한 작은 약속을 지키며 우리 사회가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공부를 통해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낸 경험과 선생님들과 나눴던 이야기, 자신이 조금씩 변해왔던 과정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