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해 한 달간 카톡·문자·전화를 수십 통씩 보냈습니다. 무시당하면 다른 번호로 다시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경고를 받고 경찰에서 잠정조치(접근금지)가 나왔는데, 그 이후로도 세 차례 연락했고 한 번은 상대방 집 앞까지 찾아갔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잠정조치 위반 경합으로 1심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항소 중입니다.
궁금한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잠정조치를 위반하지 않았으면 형이 많이 달랐을지, 위반 횟수가 양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엄벌보다는 연락만 안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인데,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공소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지 궁금합니다.
셋째, 처벌불원서가 양형에서라도 의미가 있는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전환 가능성이 있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선율로 한석규 변호사입니다.
이 사건은 ①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폐지 여부, ② 잠정조치 위반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 ③ 처벌불원서의 법적 의미, ④ 집행유예 전환 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쟁점이 항소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 스토킹처벌법의 법적 구조와 반의사불벌죄 문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은 2023년 7월 11일 법률 제19518호로 개정되면서 삭제되었습니다.
이 점이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개정 전 구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3항은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 7월 11일 개정으로 위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더 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더라도 이미 제기된 공소는 취소나 기각이 되지 않고, 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그대로 진행하게 됩니다.
질문자의 범행 시점이 2023년 7월 11일 이후라면 현행 개정법이 적용되어 처벌불원서만으로는 공소기각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범행 시점이 개정 전이라면 구법 적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부분은 변호인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잠정조치 위반의 법적 성격과 죄수 관계
잠정조치 위반은 스토킹처벌법 제20조 제2항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제2호(접근금지) 또는 제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죄수 관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전화를 건 행위가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 동시에 잠정조치를 위반한 행위에도 해당하는 경우, '스토킹 범죄로 인한 스토킹처벌법 위반죄'와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는 사회 관념상 1개의 행위로 성립하는 수 개의 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
즉 잠정조치 위반 행위가 동시에 스토킹 행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두 죄가 별개로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형이 더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잠정조치 위반이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법원은 잠정조치 위반 사실 자체를 불리한 양형 요소로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법원의 명시적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재차 피해자에게 접근하였다는 사실은 피고인의 준법의식 결여와 재범 위험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잠정조치 위반 횟수가 많을수록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위협의 지속성과 고의성을 더 무겁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처벌불원서의 양형상 의미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행법상 처벌불원서는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벌불원서가 양형에서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대법원 양형 기준상 스토킹 범죄의 감경 요소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인정된 사건에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대구지방법원 2026. 4. 9. 선고 2026고단85 판결, 제주지방법원 2023. 2. 7. 선고 2022고단2299 판결 등).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락만 안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면, 이는 단순한 처벌불원을 넘어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의를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자료로 적극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항소심에서의 집행유예 전환 가능성과 변호 방향
항소심은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했을 때 제1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1심 형은 파기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항소심에서 새로운 유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전환을 위해 주력해야 할 변호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잠정조치 위반 관련 주장
잠정조치 위반 3회라는 사실은 불리하지만, ① 위반 행위의 구체적 태양이 단순 연락에 그쳤고 신체적 위해를 가하거나 주거지에 침입하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는 점, ② 잠정조치 위반 행위가 스토킹 범죄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별도의 형 가중이 아닌 양형 인자로만 작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주장하여야 합니다. 또한 잠정조치 위반 이후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일체의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처벌불원서의 적극적 활용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 서면으로 제출하는 데 그치지 말고, 변호사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 피해자가 현재 피고인으로부터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재발 방지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자료나 의견서를 함께 제출하여야 합니다.
이는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이어져 집행유예 선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 유리한 정상의 구체적 소명
① (해당이 된다면)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는 점, ② 범행이 이별 직후 한 달이라는 특정 시기에 집중된 것으로, 지속적인 범죄 성향이 아닌 일시적 감정 충동에 기인하였다는 점, ③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소명하고 ④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공탁을 통한 피해 회복 노력을 항소심 전까지 완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단순히 주장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성문, 심리치료 이수 확인서, 공탁 영수증 등 구체적인 자료와 더불어 이를 상세히 논리적으로 소명하는 의견서 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5. 정리
이 사건의 핵심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처벌불원서가 공소기각 사유는 되지 않지만 양형 감경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잠정조치 위반이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유리한 정상을 항소심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스토킹 사건은 피해자의 의사, 재범 위험성, 범행의 구체적 태양 등 개별 사정에 따라 양형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건 유형입니다.
법리적 쟁점과 양형 전략을 동시에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집행유예 전환의 관건이고,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자료, 증거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항소심 준비 단계에서 전문 변호인과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