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소년학교’를 가다…담장 안에서 이어지는 배움

학업 중단 학생도 배움 다시 시작
“잘못 돌아보고 미래 여는 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 후회 없이 행복하게.”

 

여러 개의 철문을 지나 들어선 서울남부교도소 내 ‘만델라소년학교’ 운동장 한쪽에 적힌 문구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옆 강당에서는 남색 체육복을 입은 소년수형자들이 농구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수학 수업이 한창이었고 교정시설 안에 마련된 학교에서 소년수형자들의 일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구로구 만델라소년학교는 소년수형자들에게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 등 교과교육을 제공하는 소년 전담 교육시설이다.

 

2023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교과 수업과 함께 상담, 체육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 들어서려면 신분증을 제출하고 출입증을 발급받은 뒤 교도관들이 지키는 철문을 차례로 통과해야 했다.

 

이동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소년수형자들이 철봉 운동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줄을 맞춰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교정시설 안쪽에 자리한 학교는 교무실과 상담실, 교과 전담 교육실, 자습실, 전용 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학교 이름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을 담았다. 만델라가 남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말을 교훈으로 삼았다.

 

소년수형자들이 수용생활 중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교과교육은 검정고시와 수능 준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 수업에 더해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고려한 개별 학습지원도 이뤄진다.

 

학교에 다니다 수용된 학생이 있는 반면 오랫동안 학업을 중단했거나 기초학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학생도 있어 학습 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 교실에서는 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복도를 따라 지나갔지만 학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수업에 집중했다. 교실 밖에 교도관이 서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수업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델라 학교의 특징은 기초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집중케어반’을 운영한다.

 

검정고시를 앞두고 교과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학생별 학습 수준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학교 측은 집중케어반 운영 이후 검정고시 응시생 전원 합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만델라소년학교는 2024년 제1회 검정고시부터 올해 제2회까지 6회 연속 응시생 전원이 합격했다.

 

올해 제2회 시험에서도 22명이 모두 합격하면서 개교 이후 누적 합격자는 152명으로 늘었다. 올해 1·2회 고졸 검정고시에서는 각각 전 과목 만점자도 나왔다.

 

학교는 학력 취득에서 교육이 끝나지 않도록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교과 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육 외에 인성교육과 상담, 생활지도도 병행한다.

 

 

교실을 지나 강당에 들어서자 소년수형자들은 지도자의 설명을 들으며 농구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만델라소년학교의 농구 수업은 법무부 교정본부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협력으로 확대됐다.

 

학교에서 농구교실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법무부 교정본부는 지난해 10월 WKBL과 수형자 체육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은퇴 선수와 지도자 등 전문인력을 활용해 소년·여성·장애인 수형자의 특성에 맞는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다만 학교의 형태를 갖췄어도 일반 학교와 생활환경은 다르다.

 

수업과 체육활동에는 교도관이 동행하고 학생들은 정해진 일과와 규율에 따라 생활한다. 교실 창문에는 철창이 설치돼 있고 휴대전화 사용과 외부 활동도 제한된다.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시 수용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교육 역시 학력 취득에만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책임을 배우는 과정도 함께 이뤄진다.

 

교육의 목표도 학력 취득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 함께 진행된다.

 

이곳에서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는 이제희 교위는 “학교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엄연한 교정시설”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책임지려는 태도가 교육에 앞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위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의 미래까지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 번에 인생 전체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다른 사람과 한 작은 약속을 지키며, 우리 사회가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을 실천하려는 태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