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이 유치시설로…교도소 모시기 나선 농어촌

한 곳당 직원 250명 규모
인구·소비 증가 기대 커져

 

한때 주민들이 들어서는 것조차 꺼렸던 교도소가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농어촌 지역에서 새로운 유치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수백명의 공무원이 상시 근무하는 데다 가족들의 전입과 주거·소비 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25일 법무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11월 4일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립 교정시설 4곳의 신규 입지를 공모하고 있다.

 

새로 들어설 교정시설은 한 곳당 수용 정원 1000명, 직원 250명 규모다. 필요한 부지는 19만2000㎡ 이상이며 4개 시설 건설에 약 967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토지보상비와 향후 운영비는 별도다.

 

법무부는 지자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토대로 주민 수용성을 비롯해 기반시설, 토지 이용과 개발 가능성,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모가 시작되면서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교정시설 유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 가운데 하나는 경북 청송군이다.

 

청송군 진보면에는 이미 경북북부제1교도소를 비롯한 4개 교정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청송군은 40여년 동안 교정시설이 운영돼 온 경험과 기존 기반시설, 주민 수용성 등을 앞세워 추가 시설 유치에 나섰다.

 

청송군과 군의회, 진보면이장연합회 등은 지난 23일 진보전통시장에서 교정시설 유치 캠페인을 열고 주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청송군은 교정시설이 추가로 들어서면 교정공무원뿐 아니라 가족들의 전입도 이어지면서 지역 인구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보면에서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110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같은 경북지역인 영덕군과 영양군도 교정시설 유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교정시설 유치 움직임은 경북에만 머물지 않는다.

 

충북 제천에서는 최근 교정시설 유치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61.7%를 기록했다. 지역 내 16개 마을이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어느 지역에 시설을 유치할지를 놓고 마을 간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은군도 주민설명회를 열고 교정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을 모집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도소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 지역 이미지 훼손이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인구 감소가 지역 존립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농어촌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이나 산업시설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지역에서 교정시설은 수백명의 국가공무원이 장기간 근무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직원 가족까지 전입하면 주거와 교육 수요가 생기고 지역 상권에도 일정한 소비가 이어질 수 있다.

 

지역에서는 수용 정원 1000명 규모의 교정시설이 들어설 경우 직원과 가족 등을 포함해 약 800명의 인구 유입이 가능하고 연간 면회객도 1만명가량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주민은 “예전 같으면 교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반대부터 했겠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고향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반대에 막혀 이전이나 신설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교정시설이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일자리와 정주인구를 늘릴 수 있는 국가시설로 농어촌 지역의 유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