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도관실 침입해 다른 수용자 약까지 절도…과밀수용 속 관리 한계

향정신성의약품 35정 양말 속에 숨겨 보관
의료과 보관 약품 29정 훔친 사례도 확인

 

교정시설에서 수용자가 지급받은 약을 몰래 모아 오남용하거나 근무자실과 의료과에 보관된 다른 수용자의 약품까지 훔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정시설에서는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정해진 시간에 수용자별로 나눠 지급한다. 수면제 등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약품은 여러 정을 임의로 보관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용자는 지급받은 약을 입안 등에 숨겼다가 따로 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남용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지급된 약을 비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수용자에게 지급될 약까지 훔치는 사례도 확인됐다.

 

최근 인천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A씨는 교도관 근무자실에 보관돼 있던 다른 수용자 소유의 알약 2정을 몰래 가져간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주교도소에서는 수용동 임시청소부로 일하던 B씨가 사람이 없는 교도관실에 여러 차례 들어가 다른 수용자에게 지급할 향정신성의약품을 훔쳤다.

 

적발 당시 B씨는 로라반 6정과 아졸락 25정, 알프람 2정, 라제팜 2정 등 모두 35정을 양말 속에 숨겨 보관하고 있었다. 법원은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절도 혐의 등으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내에서 출입이 제한된 교도관실에 몰래 들어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절취하고 이를 소지했다”면서도 “교정기관이 수용자에 대한 향정신성의약품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던 것도 범행 발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목포교도소에서도 한 수용자가 의료과 진료실에 보관 중이던 의약품 29정을 가져간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교정시설에서 의약품 절도까지 발생하는 배경에는 약물 의존이나 오남용 전력이 있는 일부 수용자들이 처방약을 몰래 비축하고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수용자 사이에서 금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수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소한 한 수용자는 더시사법률에 “감기약도 먹지 않고 한 달 정도 모았다가 으깨어 코로 흡입하는 경우가 있다”며 “졸피뎀 같은 약은 시설 안에서 한 알에 5만~10만원에 거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도 수용자의 약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을 개정하는 등 관리 기준을 강화해 왔다.

 

가족 등이 조제된 약을 직접 반입하는 대신 약국 제출용 처방전 원본을 교정기관에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외부 처방 의약품의 반입과 교부 절차를 강화하더라도 수용자에게 지급된 뒤 약이 실제로 복용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수용자가 약을 삼키지 않고 숨겨 장기간 모으거나 수용자 사이에서 약이 오갈 경우 처방된 약이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복용됐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치료 목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수용자와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전력이 있거나 약물 의존 위험이 높은 수용자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과밀수용 상황이다. 수용자별 복약 여부를 매번 확인하고 약물 의존 정도나 오남용 전력에 따라 수용거실을 구분해 배치하려면 의료·보안 인력과 별도의 수용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병선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오산대 겸임교수)은 “현재도 근무자들이 약을 실제 복용하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수용자가 은밀하게 숨기는 경우까지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치료 필요성과 약물 의존 정도, 기존 오남용 전력 등을 기준으로 위험군을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과밀수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정신질환 수용자나 마약사범, 약물 의존 수용자를 상태와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해 배치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과밀수용을 해결해서 수용 공간과 의료·보안 인력 여건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