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의 사건 관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자명예훼손죄 성립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영화는 배후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등장인물이 박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박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배후를 특정하지는 않지만 일부 등장인물이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겼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과 달리 사자명예훼손은 적시한 내용이 ‘허위 사실’이어야 한다.
영화가 박 전 대통령 측의 관여 가능성을 등장인물의 의혹으로 제시한 것인지, 관객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만큼 단정적으로 묘사한 것인지가 다퉈질 수 있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영화 속 분위기만으로는 안 된다”며 “누가 언제 무엇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이 있어야 사실 적시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실명이 대사에 나오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관객이 작품의 전체 내용과 등장인물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사건 배후로 받아들일 정도라면 사실 적시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관객이 특정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과 영화가 그 인물의 관여를 역사적 사실로 단정했다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창작물에 대해서는 작품 전체를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었다.
2010년 대법원은 역사드라마 ‘서울 1945’ 제작진의 사자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제작진은 드라마가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여운형 암살 사건의 배후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문제 된 장면의 내용과 함께 작품의 제작 목적, 실존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방식, 시청자가 묘사된 내용을 실제 역사적 사실로 오해할 가능성 등을 종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불명확한 묘사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암살자(들)’ 역시 문제 된 장면의 대사와 자막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사건 관여를 사실로 단정한 표현이 있는지,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제작진이 허위임을 인식했는지에 따라 형사책임 여부가 달라진다.
고소 여부도 형사절차의 전제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형사소송법은 사자의 친족 또는 자손에게 고소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고소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고소권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