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증거 찾으려 사무실에 녹음기 설치…이혼소송에 쓸 수 있나

아내, 남편·직장 동료 비공개 대화 몰래 녹음
휴대전화 문자·사진은 수집 경위 따라 달라져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기 위해 아내가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남편과 직장 동료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면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까.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A씨는 결혼 3년 만에 아내와 아이를 얻었다. A씨는 아내의 출산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뒤 부부관계를 피하게 됐고 이후 회사 경리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외도 사실을 눈치챈 아내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A씨는 아내가 자신의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경리 직원과 나눈 대화를 녹음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와 사진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외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몰래 확보한 자료를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아내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과 경리 직원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며 “이렇게 확보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이혼소송에서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등을 이용해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남편과 제3자 사이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타인 간 비공개 대화를 위법하게 녹음한 파일과 이를 토대로 작성한 녹취록은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휴대전화에 이미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은 녹음파일과 달리 구체적인 수집 경위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안 변호사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나 사진을 몰래 열람했다면 별도의 형사책임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해당 자료가 이혼소송에서 반드시 증거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료를 확보한 방법과 사생활 침해 정도 등을 종합해 법원이 증거 채택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위법한 증거 수집과 배우자의 외도 책임도 별도로 판단된다.

 

녹음파일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자메시지나 사진, 당사자 진술 등 다른 자료를 통해 외도가 입증되면 이혼과 위자료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안 변호사는 “불법 녹음이나 휴대전화 열람으로 남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아내의 증거 수집 과정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도에 따른 위자료가 자동으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