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뒤 마신 소주에 음주수치 0.115%…법원은 왜 무죄 선고했나

운전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직접 증거 부족
CCTV 비틀거림·측정 수치만으로 유죄 어려워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 측정에서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5%가 나온 7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하석찬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6시10분께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약 100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몰던 차량은 도로를 벗어나 인근 하천에 빠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기준을 넘는 0.115%가 나왔다.

 

A씨는 운전하기 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사고가 난 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차량에 있던 소주 1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고 당일 촬영된 인근 폐쇄회로(CC)TV에 A씨가 차량에 타기 전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긴 점을 들어 운전 전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CCTV 영상만으로 A씨가 비틀거린 원인이 음주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상에서도 A씨가 운전하기 전 술을 마시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A씨를 목격한 B씨의 법정 진술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B씨는 “A씨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후 소주를 마셨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경찰이 측정한 0.115%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음주 측정 당시가 아니라 차량을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대법원도 운전 시점과 음주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다면 측정 수치만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해 왔다.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과 측정 수치, 음주 시각과 음주량,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교통사고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을 마친 뒤 추가로 술을 마셨다면 측정 당시 수치가 운전 당시보다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운전과 측정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 직후 측정이 이뤄졌거나 운전자의 발음과 보행에서 주취 상태가 확인되고,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주장이 CCTV나 목격자 진술과 배치된다면 운전 당시 음주 상태가 인정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