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평(矯正時評) | ⑭ 교정시설 님비, ‘혐오시설’에서 상생의 거점으로

교정시설 확충, 주민 참여가 갈등 푸는 출발점
과밀수용 해소와 지역의 안전 함께 설계해야
시설 입지보다 먼저 지역과의 관계를 설계할 때

 

“교도소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길은 안전한가요.”

 

교정시설 신설 계획이 알려질 때마다 주민들이 내놓는 질문이다. 지역의 반대를 ‘님비’나 지역이기주의로 부르기는 쉽지만, 주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해를 구하기는 어렵다.

 

교정시설에 대한 불안에는 안전 문제뿐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부정적 이미지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도 함께 들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정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는 유치 찬성 응답이 61.7%에 달했고 16개 마을이 신청서를 냈다.

 

영덕과 보은에서도 공모 참여와 주민 의견수렴이 이어진다. 인구 감소로 학교와 상점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교정시설이 직원과 가족의 유입, 일자리와 지역 소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정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데에는 지역이 처한 현실도 작용했다.

 

교정시설 확충은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과밀수용이 계속되면 좁은 거실에서 수용자 사이의 마찰이 잦아지고, 교도관이 개인의 상태를 살피거나 상담할 여유도 줄어든다.

 

교육과 중독 치료, 직업훈련에 필요한 공간과 인력을 갖추기도 어렵다. 출소자가 언젠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수용 중 어떤 생활을 하고 무엇을 배우는지는 담장 밖의 안전과도 연결된다.

 

그렇다고 과밀수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에게 시설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법무부가 ‘민자·개발사업 추진단’을 출범시켜 노후시설 개선과 신설에 속도를 내더라도, 건설 방식과 입지만 먼저 정한 뒤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갈등은 반복될 것이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경제 효과나 안전하다는 약속이 아니라, 보안과 교통·환경 문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교정시설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길도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일본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에서는 국가가 형 집행과 보안을 책임지는 가운데 민간과 지역사회가 직업훈련과 사회복귀에 참여한다.

 

영국에서는 기업과 교정시설을 연결해 수형자가 출소 전부터 일할 기술과 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우리 역시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교육하고 출소 후 채용으로 잇거나, 교도작업을 지역 산업과 연결하는 방안을 지역의 여건에 맞게 마련할 수 있다.

 

주민이 이용할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함께 조성하고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는 일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사업을 교정시설 유치의 대가로 나열해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시설이 운영되는 동안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지 주민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약속이 지켜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제천의 마을들이 자발적으로 유치 신청에 나선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도 주민이 교정시설의 부담과 기대를 스스로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교정시설은 수용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그 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국가는 보안과 처우를 책임지고, 지역은 시설이 들어선 뒤의 생활과 발전 방향을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 동네에 교도소를 지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행정기관이 답해야 할 내용은 보상금의 액수만이 아니다.

 

주민의 불안을 어떻게 줄이고, 그곳에서 이뤄지는 교정이 지역과 사회의 안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까지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