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압류된 뒤 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거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압류채권자의 추심금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김씨가 A사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11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18년 7월 B사가 시행하던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8억5000만원에 양수하기로 계약했다.
B사에 받을 돈이 있던 김씨는 2020년 6월 B사가 A사로부터 받을 양도대금 채권 중 3억5000만원을 가압류했다.
이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A사에 추심금을 청구했다.
A사는 B사와 사업양수계약을 합의해제했으므로 양도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A사와 B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압류된 채권을 없애기 위해서만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권 소멸만을 목적으로 한 합의해제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압류채권자에게도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는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 법리를 25년 만에 변경했다.
대법원은 “합의해제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이지만, 그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만 미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합의해제에 따른 계약 및 채권 소멸의 효력이 제3자인 압류채권자에게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대법원 법리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사후적 합의로 인해 압류채권자와 배당요구채권자들이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신뢰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압류 제도의 취지, 위험 창출 주체와 경위 등을 고려하면 압류 후 이루어진 합의해제로 촉발된 법적 위험은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사가 합의해제 후에도 김씨에게 대금을 지급한다면 B사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봤다. B사가 반환할 여력이 없다면 그 위험은 합의해제를 선택한 A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의해제 후에도 모든 경우에 추심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정해제·약정해제 요건을 이미 갖췄지만 형식상 합의해제한 경우나 압류된 채권이 계속적 계약에서 발생할 장래의 권리인 경우에는 계약 해제를 압류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계약과 채권의 성격, 합의해제 경위 등에 비춰 압류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도 예외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원심이 예외 사정이 있는지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