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대상 차량에 보관하던 현금과 상품권이 발견될 것을 우려해 가족에게 차량을 옮기도록 한 공무원을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뇌물수수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1265만원 상당의 추징을 명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익산시청에서 수의계약 업무 등을 담당했던 A씨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관내 사업 수주 청탁을 받고 조합 관계자들로부터 9차례에 걸쳐 66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와 6차례에 걸쳐 99만원 상당의 골프 비용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른 업체 대표로부터 수의계약 청탁과 함께 8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고, 또 다른 회사 대표이사에게서 현금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한 기자로부터 광고 실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뒤 업체 대표 C씨에게 광고 게재를 요청하고 현금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경찰이 지난해 7월 A씨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자신의 승용차도 수색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차량에 있던 현금 9140만원과 853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발견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부하 직원을 통해 가족에게 연락해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은 일부 뇌물수수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1265만원 상당의 추징을 명했다. C씨에게서 현금 200만원을 받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A씨가 C씨에게서 받은 200만원도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뇌물로 인정해 형량을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반면 증거은닉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부하 직원의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차량과 차량에 있던 물건을 옮긴 사실이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됐다고 봤다.
차량에 보관돼 있던 현금과 상품권은 당시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 대상이 아니었고, 이후 해당 물건을 뇌물로 본 공소도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형사사법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거은닉죄는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숨긴 경우 성립한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감추거나 이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을 시켜 증거를 숨긴 행위가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면 증거은닉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