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였던 김건희 명품시계…항소심서 무죄로 바뀐 이유는

“구매자가 서 대표라면 부자연스러운 대화”
시계 수수·세한도 복제품 혐의는 무죄
알선수재 일부 유죄…징역 7년→5년 감형

 

김건희 여사가 사업 청탁의 대가로 받았다는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에 대해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5-3부(성언주·원익선·이희준 고법판사)는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금거북이 보관함, 디올 파우치,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몰수하고 244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항소심에서 1심과 판단이 달라진 부분은 김 여사가 2022년 9월 서 대표로부터 받은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다.

 

특검팀은 서 대표가 로봇개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시계를 건넸다고 봤지만, 김 여사 측은 서 대표가 구매를 대신했을 뿐 청탁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 대표와 바쉐론 콘스탄틴 한국지사장 A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구매대행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봤다.

 

A씨는 2022년 8월 26일 서 대표에게 “회장님 다이아 있는 상품도 같이 넣어봤어요. 아시겠지만 막상 착용하면 너무 화려해 보이지 않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요. 바쉐론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바쉐론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판매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에게 하는 의례적인 영업상 인사말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색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가 자신이 사용할 시계를 산 구매자였다면 A씨가 브랜드를 추천해 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 대표가 A씨에게 보낸 “견적 보내드리게요”, “보안 부탁합니다”라는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손목시계 구매 주체를 서 대표로 인식하는 상황이었다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내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계의 모델 선정과 대금 결제 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서 대표는 원심 법정에서 김 여사에게 손목시계 모델의 확정 권한을 위임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구매대금의 결제까지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청탁 목적으로 교부할 손목시계를 구매하는 상황이었다면 자신이 이를 수령하는 모습을 호텔 직원에게 촬영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로봇개 사업이 진행된 경과에서도 시계와 청탁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목시계 교부 전후로 어떤 외압 내지 제3자 청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며 “애초에 이 사건 손목시계가 그러한 명목과 결부돼 있지도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서 대표가 김 여사에게 청탁하기 위해 손목시계를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같은 시계를 청탁 대가로 인정했다.

 

서 대표가 8∼9년 전부터 해당 브랜드의 주요 고객이었던 데다 A씨가 수사기관에서 서 대표를 구매자로 인식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세일즈 기회가 온 것이어서 본사 최고상업책임자에게 서 대표의 구매 이력 등을 제시하면서 ‘서 대표가 대통령 영부인 김 여사에게 줄 시계를 산다고 하면서 가격 조정을 요청한다’고 이메일로 문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1심은 “A씨는 할인율과 구매 방식을 직접 협의한 당사자로서 당시 손목시계의 구매 주체를 서 대표로, 최종 수령자를 김 여사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구매를 대행하는 상황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법정 진술과 실제 메시지, 모델 선정 및 결제 과정을 종합해 1심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인사 청탁의 대가로 김 여사에게 세한도 복제품을 건넸다는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복제품이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전통 한지를 홍보하기 위해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을 받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최 목사가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여사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한 뒤 다시 금품을 건넨 과정 등을 근거로 금품과 청탁 사이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김 여사와 김건희 특검팀은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